[대구도 시립미술관 시대] (중)떠오르는 논란들

입력 2007-08-14 07:15:51

디자인부터 경영까지 '세계적 미술관' 약속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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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자체가 예술품'으로 불리며 한 해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은 '늦게 시작하는 만큼 다른 미술관의 사례를 연구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타지역 시립미술관을 참고해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보자."

대구시립미술관에 대한 미술인들의 염원과는 달리 시립미술관 건립은 사업 시작부터 곳곳에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도심과 떨어진 입지라든가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 건물에 대한 논란은 최근까지도 계속됐고, 앞으로도 계속 화제로 떠오를 부분이다. 미술관을 어떻게 특징짓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말도 많다.

◆접근성 논란

대구시립미술관이 들어설 대구 수성구 삼덕동은 월드컵경기장 근처로 다른 지역에서 찾기가 쉽지는 않다. 사업 추진 초기 미술인들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지하철 대공원역에서도 20~30분 발품은 팔아야 하는데, 일반 시민들이 힘들여 미술관을 찾기가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사업 추진 당시 대구미술협회장이었던 권정호 대구대 교수는 "대구는 서울과는 (거리) 개념이 다르다."며 잘라 말한다. 대구시도 "대공원 조성계획에 따라 도로가 완비되면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접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궤도열차 등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특징 없는 설계

다른 시도립미술관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디자인은 가장 큰 불만사항이다. 미술인들은 '건물 자체가 예술품'으로 불리며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그러모으고 있는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을 부러운 사례로 든다.

미술관이 도시의 이미지를 얼마나 제고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인 것. 대구시립미술관은 '숲속의 미술관'이라는 특징답게 배후의 산림은 좋은 조건이지만 김범일 시장이 기공식 축사에서 밝혔던 '세계적 미술관'이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미술관 기능

민간투자사업의 특성상 전시동의 미술관 운영과 부속동의 상업활동은 상당한 이미지 충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현재 부속동은 민간사업자가 결혼예식이나 컨벤션 사업 등 수익사업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인들은 "미술관에서 결혼식이 웬말이냐?"며 반발한다. "설계 변경시 사업장 공간 확보가 고려됐다."는 시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구시에서는 "미술관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일은 없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술관 운영 방향

먼저 '미술관의 특성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가 큰 고민이다. 서로 특성 없이 비슷한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다른 시도립미술관 사정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 중론. 이를 위해 현재 개관추진위원회(위원장 오광수)가 숙의 중이지만 "학예연구사를 뽑아 이들이 연구한 뒤 자문하는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역성'이냐 '세계성'이냐를 정하는 것이 하나의 숙제라면, 어떤 작품을 어떻게 소장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숙제이다.

◆관장·학예연구사

관장과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의 성패를 가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초대 관장직을 노리는 사람이 여러 명이라는 소문에 미술인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미술 단체장이 아닌 "국제적인 감각과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지역 사정에도 어느 정도 밝은 사람이 관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미술평론가는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예연구사의 능력과 자질, 신분 보장도 화두이다. 시민의 관심을 끌 전시를 기획할 능력 발휘를 위해 연구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학예연구사의 지위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김혜경 리안갤러리 큐레이터는 "학예연구실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편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대구시립미술관은 '늦게 시작하는 만큼 다른 미술관의 사례를 연구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 시립미술관 사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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