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서점가에서는 '직장인의 처세술' 관련 서적들이 스테디셀러로 팔리고 있다. 직장은 평생을 보장해주는 편안한 보금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가 요즘은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과 '샐러리맨으로 성공하는 법'이 중요해졌다.
지역중견기업인 대표 샐러리맨 두 사람을 만나 그들의 성공기를 생생하게 들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SL의 김정현 노무담당이사 겸 진량공장장과 삼보모토스의 최섭우 원가경영팀장.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1962년생으로 동년배였고 회사 내에서도 성공한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꼽히고 있었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최섭우 삼보모토스 원가경영팀장
"'용꼬리'보다는 '뱀머리'가 낫다."
삼보모터스의 최섭우 부장은 '중소기업 예찬론'을 폈다. 그는 대기업을 다닌 적이 없지만 "대기업 직원은 전문성을 갖추긴 하지만 자기 분야를 한 발짝만 벗어나면 절벽"이라면서 "그런 조직에서 개인은 조직의 한 부분일 뿐 역할이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중견기업에서는 엔지니어도 경영을 배울 수 있고 관리직도 생산설비를 알 수 있는 등 '탤런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라면 중견기업 샐러리맨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장이 삼보모토스에 입사한 지는 11년이 됐다. 평화산업에 다니다 창업을 했지만 IMF 직전 사장의 꿈을 접고 이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할 때 과장으로 대우해주겠다는 제의를 뿌리치고 계장으로 들어왔다. "왜 헐값에 자신의 브랜드를 낮추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비난에 대해 "직장생활하면서 승진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러나 내가 그 자리에 가면 다른 사람을 짓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을 낮췄다.
그는 입사 후 줄곧 원가경영팀에서 일했다. 부장까지 오른 그는 회사 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원가경영팀의 실적은 회사의 손익과 직결된다.
최 부장은 "회사 밖에 나갈 때는 한 부서의 장이 아니라 회사의 대표 자격이라는 생각으로 나간다."면서 "내가 밀리면 회사도 손해를 입기 때문에 내가 회사의 보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 같은 당당함을 갖게 된 것은 회사의 비전과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가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때는 회사의 비전을 보지 못하지만 지금은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라 내몫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원가경영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지만 그 역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고 선배들을 대우해줘야 하고 회사 손익과 직결된 업무스트레스도 받고 있다. 샐러리맨으로 성공하는 길은 긴장의 연속이다.
▶▶▶최섭우 부장의 성공철학
-자기색깔을 드러내지마라. 직장은 한두 사람의 뛰어난 인재가 끌어가는 조직이 아니다. 너무 튀면 시기하거나 헐뜯는 사람이 생겨난다.
-포용하는 아량을 가져라. 독수리가 높이 나는 것은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기 위한 것이다. 제대로 목표를 설정했다면 추진력과 실행력을 갖춰라. 그렇다고 조급해서는 안 된다.
-월급이 적다고 불만을 갖지마라. 묵묵히 일하다 보면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일하는 것 이상 월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세상에 공짜밥은 없다. 월급의 3배 이상의 수익을 회사에 남겨야 한다.
-'머리 아프다.'고 하는 사람은 실력이 없는 사람이다. 일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은 실력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다. 실력이 모자란 사람은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인맥이 자산이다. 10∼20년 전 만난 사람들이 언젠가는 나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인맥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 김정현 SL이사 겸 진량공장장
"능구렁이가 다 됐어요."
올해로 입사한 지 20년이 된 김 이사를 SL본사에서 만났다. 공채 2기로 입사해서 18년째가 되던 지난 2005년 이사대우로 승진, '별'을 단 그는 지난해 '대우'자를 뗐다. 첫 눈에 그는 깔끔해보이면서 깐깐한 인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직원들이 붙여준 별명이 '주임'과 '학생과장'이라고 했다. 매사에 원칙을 중시하고 사소한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에어컨을 켜놓았는데 창문을 열어둔 직원은 가차없이 그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의 이런 생활신조는 입사 때부터 소문났다. 신입사원 시절 그는 공과 사를 잘 구분하지못하는 선배에게 '이런 것은 고쳐야 되지 않느냐'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 때는 따지는 후배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지배하던 시절. 당연히 '요주의 인물'로 찍혔지만 최근에서야 그런 사실을 알았다. 부딪쳤다고 해서 사표낼 생각은 없었다지만 위험했던 시절이다. 생산팀장 시절에도 그는 '칼같은 사람'으로 불렸다. 그러나 연륜이 쌓이면서 그는 원칙을 준수하되 융통성을 발휘하자는 쪽으로 자신의 생활신조를 변화시켰다.
"승진? 동기들에 비해서는 조금 빠른 편입니다." 대구공고와 대구대 산업공학과를 나온 김 이사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이사직에 오르기까지 18년이 걸렸다.
"엔지니어면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 많지 않습니다. 지금 경북대 MBA과정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리더십을 갖춘 엔지니어는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사직에 올라 회사경영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많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CEO가 되기위해서는 기술만 알아서는 안되고 재무관리도 알아야 하고 경영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김 이사가 제시하는 샐러리맨 성공철학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몰라서 못하는 것은 없다. 처음부터 100점을 받기는 어렵다면 70점짜리부터 해놓고 90점이 되도록 보완하자.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권위주의형 리더십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시키고 스스로 앞장설 수 있는 리더가 성공할 수 있다.
-부하직원을 질책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직원을 칭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성취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좋다.
-남이 갖지못한 핵심역량 한두 가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라. 그렇게 하지않으면 직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메모를 많이 하라. 메모수첩을 3개나 갖고 있다. 메모하는 습관을 갖게되면 아이디어가 솟아날 수 있다.
-스스로 업무를 평가하고 결과에 좌절하지 마라. 최선을 다 했으면 만족할 수 있다. 평가는 평가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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