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의료사고

입력 2007-08-09 07:41:22

얼마 전 중소병원 원장으로 일하던 한 의사가 출근길에 한 괴한으로부터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가해자는 과거 폐질환으로 이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로, 한쪽 폐를 절제한 이후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굳이 수술받지 않아도 될 병이었는데 불필요한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오해하고 결국 이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 살게 되었다고 분노하며 수년간 이 의사를 스토킹하면서 괴롭히다가 급기야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비록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실제로 의료계에는 이런 사고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거의 사망 상태로 응급실에 이송된 환자를 살리기 위해, 혈압 유지와 응급 처치를 위한 목에 굵은 관을 넣는 시술(중심 정맥압 카테타 삽입술)을 한 뒤, 시술 때문에 오히려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며 소동을 피우던 일이나,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차마 보기 힘들어 허용 용량 이상이라도 좋으니 진통제를 주사해 환자의 고통을 줄여 달라고 사정한 보호자가 주사 때문에 갑자기 환자가 악화돼 사망했다면서 의사에게 따지던 일 등은 황당하다 못해 의사의 소신 진료를 위축시킨다. 이런 일들이 지속되면 의사들은 앞으로 문제가 생길 만한 진료는 하지 않겠다는 방어적인 입장을 갖게 된다.

물론 의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치료하는 과정에 간혹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또한, 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작은 의구심도 혹시 의료 사고는 아닌지 의혹이 증폭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의구심을 자세한 설명과 진실한 태도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부 의사들의 자세에도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에 대한 막연한 사회적 선입견이나 불신으로 인한 사고들의 반복으로 인해, 의사들이 진정으로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행여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치료에 대해 손이 움츠러드는, 소위 방어 진료에 대한 고민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더욱이 이로 인해 대부분의 선량한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생겨날까 두려워진다.

한 환자를 몇 분 안에 진료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환자의 문제점을 빠뜨리거나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점검하려고 애쓰는 대부분의 의사들에 대한 환자나 보호자들의 신뢰는, 의사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의사도 과거 초임 의사로서 가졌던 마음들을 되새겨 의사의 실수로 고통받을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며,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보여야겠다.

윤현대(라파엘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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