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착한 나비

입력 2007-08-08 11:42:00

남획 때문에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1920년대에 늑대가 사라졌다. 그러자 그 사냥감이던 엘크가 마구 번식했고, 여파로 엘크 먹이인 어린 미루나무가 소멸돼갔다. 그 탓에 하천 침식이 악화됐으며, 이 일로 비버'새'곤충'물고기 같은 동물들의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1960년대 쥐 잡기 운동으로 수리 등 그 포식자들까지 엉뚱하게 희생되는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더니 그 얼마 뒤엔 늑대가 사라져 온 산에 멧돼지가 창궐하는 상황이 도래하기도 했다.

사람의 별 뜻 없는 행동이 생각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일깨우는 이런 얘기들은 새삼 '나비 효과'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한 기상학자가 1961년에 만든 그 이론은, 중국 베이징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달 미국 뉴욕에 폭풍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투의 것이라 했다.

물론 나비 효과엔 긍정적인 버전도 당연히 있을 터인 바, 최근의 한 외신 보도 내용이 그 예가 될 듯하다. 메마른 땅에 농작물을 심으면 그 일대 기상이 호전된다는 주장이 다시 설득력을 얻어 간다는 게 그것이다. 작물이 수분을 많이 발산해 기온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비를 더 많이 내리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작용의 위력 또한 미약한 게 아니어서 2001년 미국 미네소타주서는 옥수수밭에서 공급된 습기가 토네이도를 발생시킨 경우까지 있을 정도라 했다.

유럽이 지난달 100년 만의 살인 폭염으로 수많은 희생을 입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 경우 중복이던 그달 25일 새벽부터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고 서울에선 그 나흘 후 등산객이 다섯이나 벼락에 맞아 숨지는 일이 생겼다. 장마 재발로 착각게 할 만큼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진 가운데, 전국에 연간 100만 번씩 내려친다는 벼락마저 갈수록 강하고 빈번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제시됐다. 모두가 온난화와 오염 탓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입추이니, 게릴라성 폭우가 아니더라도 열대야는 앞으로 일주일쯤 지나면 저절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온난화가 화근이라면 미래의 여름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니 그 일이 걱정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에어컨을 서둘러 끄는 '착한 나비'가 되지 않고는 지구가 안전성을 회복하는 나비 효과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는 얘기일 터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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