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스타토크] 가수 별

입력 2007-08-07 17:18:43

가수 별(본명 김고은·24)을 만나는 순간 중학생으로 되돌아간 묘한 기분이 든다. 앳되고 수수해 보이는 이미지에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모습 때문이리라. 인터뷰 장소는 리허설을 앞둔 녹화장. 공개녹화가 아니어서 관객 수 백 명이 앉아있어야 할 객석에는 스텝 몇 명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조명이 들어오고, 카메라 리허설을 알리는 빨간 불이 신호음과 함께 켜지자 별의 최신 곡 '큐피트'가 흘러나온다.

나이답지 않게 너무 진지하다는 느낌. 비주얼 가수와 댄스 가수로 구분되는 가요시장에서 별의 위치는 다분히 독보적이다. 또래 가수들과 달리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라이브를 소화해 낼 수 있고, 또 노랫말에 어울리는 애절한 감정을 담아낼 줄도 안다.

리허설을 끝내고 객석으로 와 앉는다. 노래 부르던 느낌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상기된 표정. 분위기도 바꿀 겸 장난 섞인 말투로 "팬이 많아 좋겠어요?"라고 물었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래 부르는 게 아닙니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 너무 행복합니다. 행여 팬들이 제 노래를 듣고 상처도 치유되고 마음도 밝아진다면 가수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죠."

노래만큼이나 인터뷰도 진지해질 것 같은 분위기다. "노래를 부르며 병상에 누워계신 아빠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제 노래를 듣고 꼭 쾌차하셨으면 좋겠어요." 별의 고향은 충남 서산. 지난 2002년 첫 히트곡 '12월32일'로 데뷔한 뒤 팬들에게 익숙해질 무렵, 의료 사고로 아버지가 병상에 눕게 됐다. "데뷔 후 몇 달 뒤 아버지가 1급 장애인이 되셨어요. 팔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신 채 누워계시더군요. 그 때 아빠 품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남모르는 마음고생이 2집 앨범 수록곡 '이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절제된 음색으로 담담하게 부른 이 노래가 더욱 애절하게 들리는 이유다.

"박진영 대표가 처음에 별이라는 예명을 지어주었을 때 너무 거창하다는 느낌 때문에 솔직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이제는 그 이름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반짝이는 별처럼 노래로 빛을 발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별은 가수 '비'가 속해 있는 박진영 사단의 가족. 데뷔한 해까지 포함하면 벌써 3집 앨범까지 발표한 올해로 5년차 가수다.

"데뷔 전 3년간 소속사에서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했어요. 매일 노래 연습하고 선배들 곁에서 보고 배우면서 단점을 하나씩 고쳤습니다. 하루 2~3시간만 새우잠을 자면서 노래, 안무 연습에 연기 레슨까지 받았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노래를 목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불러야 한다는 사실을 차츰 알게 됐습니다."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참! 선하다.' 싶을 만큼 맑았다. 그래서 던진 칭찬 한 마디에 오히려 별은 "오늘은 스케줄이 많아 피곤해서 그렇게 보인 거예요."라며 눈을 가리고 부끄러운 듯 웃는다. 그냥 다른 연예인들이 답하듯이 그저 '감사하다.'고 해도 될 것을.

"3집 타이틀곡 '눈물샘'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제가 직접 작사한 '큐피트'를 너무 많이 아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평생 사랑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노래 부르겠습니다."

별의 정식 녹화순서가 됐다. 거울 앞으로 다가가 화장을 고친 뒤 옷매무새를 살펴본 뒤 곧장 녹화장으로 달려간다. 이윽고 들려오는 노래. 어린 시절, 시골집 흙 담장 너머로 올려다보던 별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경대학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작성일: 2006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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