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초월한 봉사…수성署 112HAM 봉사단

입력 2007-08-07 10:03:45

▲ 대구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시민들의 안전 지킴이로 나섰다. 사진은 대구월드컵경기장 치안센터의 본부 무선기계 앞에 모인 112HAM 방범봉사단 회원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대구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시민들의 안전 지킴이로 나섰다. 사진은 대구월드컵경기장 치안센터의 본부 무선기계 앞에 모인 112HAM 방범봉사단 회원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CQ, CQ(호출신호), DSOYO(개인택시 아마추어무선 동호회 '동그라미' 호출부호), 여기는 6N0YM(대구 수성경찰서 112아마추어 무선 방범봉사단 호출부호)."

지난달 7일 0시 수성구 대흥동 대구월드컵경기장 치안센터의 112아마추어 무선(HAM) 방범봉사단 본부. HAM 봉사단 천우석(40·수성서 고산지구대 경사) 씨가 본부 무전기를 통해 한 통의 '콜 사인'을 날려보내자 300여 대의 개인택시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날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여름 콘서트를 관람한 중·고생 500여 명이 2시간 가까이 지연된 공연 때문에 경기장에 발이 묶이자 HAM 봉사단의 천 씨가 개인택시 동호회 회원들에게 콜 사인을 날린 것. HAM의 '대단한' 전파력 덕분에 대중교통이 끊겨 발만 동동 구르던 청소년들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날로그 무전기가 대구 시민들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54명의 대구 아마추어 무선사들로 발족한 수성경찰서 112HAM 방범봉사단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방범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1일 대구국제호러쇼가 열린 월드컵경기장. 부모를 잃고 헤매던 다섯 살 남자아이가 HAM 봉사단에 구조됐다. 부모의 신고를 처음 접한 봉사단 김척기(45) 씨가 경기장 주변을 순찰 중이던 다른 봉사단원들의 무전기에 아이의 인상 착의를 바로 전파한 것. 봉사단이 전파의 힘으로 보호자 품에 돌려보낸 미아는 지난 3개월간 모두 6명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HAM 봉사단이 지금까지 펼친 봉사 활동은 무려 666건. 길 안내, 분실품 찾아주기에서부터 순찰, 응급조치까지 다양하다.

봉사단의 이 같은 '화려한' 실적은 구닥다리 아날로그지만 신분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HAM의 '위력'에서 나온다. 수성경찰서 HAM 봉사단원 수는 54명이지만 무전기만 있으면 전세계 모든 아마추어 무선사들과 의사 소통이 가능한 것. 봉사단에 따르면 HAM 인구는 대구·경북만 7천 명에 이르고 전국적으로 3만 명, 전세계에 300만 명이 흩어져 있다. HAM의 활용 범위가 그만큼 무궁무진한 셈.

112HAM봉사단에서 기획을 담당하는 천 씨는 "25일부터는 봉사단 마크를 단 카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대구FC 축구단 홍보에도 나설 예정"이라며 "축구에 관심 있는 모든 아마추어 무선사들에게 FC 경기 일정과 무료 입장 소식을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HAM=아마추어 무선을 일컫는 용어로 '무선'과 '전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부기관에 허가받은 무선 설비로 같은 취미를 가진 세계인과 모스(Morse) 또는 음성 부호로 자유롭게 통신하는 활동. 신분과 시·공간을 초월해 '취미의 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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