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초상
김일연
과묵한 광대뼈에 구름이 묻어 있다
수평선은 크렁크렁 눈자위에 차 올랐고
콧날은 험난한 항로 숨김없이 내보이다
고집 센 귓바퀴를 타고 내린 짙은 그늘
표정을 덮고 있는 무성한 수염 아래
목젖엔 외로움의 뼈가 하마 굵고 억세다
소재가 특이한 데다, 발상이 퍽 신선합니다. 언뜻 저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화면이 연상된다면 지나친 비약인가요? 이미지가 이미지를 밀어내는가 하면 당기고, 끈적한가 하면 마른 질감들이 중첩된 화면. 한 사내의 생애를 익명의 초상에 뭉뚱그리면서도 그 시각은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이지요.
'잃어버린 초상'이라 했지만, 기실 존재의 표정이 전면에 부각되는 작품입니다. 두 볼에 두드러진 광대뼈가 먼저 눈에 드는군요. 눈자위, 콧날로 옮겨간 시선은 귓바퀴, 구레나룻을 거쳐 목젖까지 내려갑니다. 그 과정에서 과묵하고, 고집 세고, 엔간해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한 사내의 캐릭터가 완성되는데요. 눈 언저리에 뜬 구름이나 수평선이 그가 좇는 이상이라면, 하관을 덮은 그늘과 수염은 훼손된 꿈의 현실입니다.
대해에 뜬 돛대 같은 콧날이 순탄치 않은 항로를 말해줍니다. 표정을 덮은 무성한 수염은 외부적 장애에 휘둘리지 않는 비타협의 의지를 상징합니다. 곳곳에 도사린 가탈 속에서도 하마 굵고 억센 외로움의 뼈. 외로움에 길드는 것도 생존의 내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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