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코너)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입력 2007-05-29 07:04:14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밝힌 언론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언론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방안은 정부 부처와 기관의 37개 브리핑 룸과 기사 송고실을 폐지하고 8월부터 정부 중앙청사와 과천, 대전 등 3곳으로 통합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정부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 제한, 전자브리핑제 도입 등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이 너나없이 공격의 고삐를 죄는 것은 물론 언론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도 대부분 정부 방안이 지나치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 보장이라는 가치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일부 언론은 이번 상황을 계기로 신문법 재개정, 국정홍보처 폐지 등을 주장하며 정치권의 가세를 유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기자실이나 브리핑, 취재 등은 용어부터 낯설 수 있지만 민주 사회에서 언론이 가지는 중요성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데다 우리 언론의 구조와 관행,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은 이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이해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참여정부 막판에 왜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선진화 방안이 나온 이후 국정홍보처와 청와대 홍보수석실 등은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사면팔방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대응하는 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방안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계에서는 참여정부가 지난 기간 동안 보여온 비틀린 언론관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언론과 갈등을 겪은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대립적인 언론 정책 설정으로 정부와 언론 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찾기 어려웠으며, 적대적 관계는 만성적으로 표출됐다. 정부와 언론은 정권 내내 서로 경원시했다.'(신문 칼럼)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임기 막판까지 언론과의 갈등을 주저하지 않고, 심지어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방안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인사들은 거꾸로 된 풀이를 내놓는다. 노 대통령의 임기가 막판이 다 됐는데 '무슨 큰 덕을 보겠다고' 반발을 무릅쓰면서 언론과 각을 세우는지 진심을 살펴달라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불편함을 더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기에 언론에 인기 없는 정책인 걸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참여정부가 해묵은 난제들, 이를테면 방폐장, 새만금사업 등을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결했듯이 언론문제도 이번에 제대로 해 놓고 다음 정부에 넘기겠다는 것입니다.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정상적인 시스템을 갖춰 놓겠다는 것입니다.'(청와대 홍보수석실)

▨ 반대-알 권리와 언론 자유 위협

브리핑실과 송고실을 통합하고 전자브리핑 시스템을 도입하며 정보공개법을 개정하는 등 일련의 방안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정부의 일방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로를 만들어 정보를 제공하고는 의사소통 여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일방적인 홍보와 받아쓰기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기자실 개혁방안은 나름대로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부가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일방적인 통로만을 강조하고 있어 문제다. 정부가 각 부처의 정책 정보를 몰아서 투명하게 제공할 테니 언론은 받아만 가라는 식이다. 브리핑실이든 송고실이든, 아니면 기자실이든 정부취재원과 기자가 만나는 공간은 모름지기 양방이 서로 의사소통을 통해서 정책정보의 사실 여부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번 정책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사무적인 정보 제공을 강조한 나머지 정부가 언론과의 상호 대화와 이해 과정을 통해 정책홍보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말았다.'(신문 칼럼)

또 정보원에 대한 접근을 막아 정치권력에 대한 파수꾼 기능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원래 비공개주의를 선호하는 속성이 있다. 외교·국방상의 비밀, 재판 등 심의를 위한 경우 등 특히 비공개가 정당화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무능·실수·부패 등을 비공개주의의 외피 뒤에 숨기려 한다. 취재의 자유=국민의 알 권리는 정부의 이러한 속성에 대한 방부제다. 이번 조치는 이 권리와 기능을 막으려 하고 있다.'(신문 칼럼)

이번 방안을 연구·검토한 국정홍보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도 적잖다. '국정홍보처는 이미 그 악기능으로써 노 정권의 실패 그 대표적 사례로 굳어졌다. 정부조직법 제24조의 2는 국정홍보처의 기능을 국정에 관한 국내외 홍보, 정부 내 홍보업무 조정, 국정에 대한 여론 수렴, 정부 발표에 대한 사무 등으로 열거하지만 국정홍보처가 실제로 수행해온 업무는 국정 아닌 정권 홍보, 홍보업무의 조정 아닌 통제, 여론 수렴이 아니라 여론 왜곡으로 점철하다시피 했다.'(신문 사설)

▨ 필요-정보 공유와 언론 발전에 도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는 핵심인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처는 위와 같은 언론계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나름대로 분명한 입장을 내세우며 지금까지 공방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바로잡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한다. 아래 인용된 글들은 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처의 입장이다.

먼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발상 자체가 빗나갔다고 꼬집는다. '엄밀히 말해 알 권리와 취재 시스템의 합리화와 정상화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설령 달라진 취재 시스템에 적응하는 시간이 걸려 다소 불편함이 있다고 치더라도 그것을 마치 취재의 권리와 알 권리가 침해당하거나 원천 봉쇄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러면서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이 국민의 알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역공한다. '언론은 흔히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우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계기로 지금 같은 폐쇄적인 출입처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기사 콘텐츠들이 복잡다기한 우리 사회·경제시스템의 다양한 정보와 국민들의 다양한 알권리를 충족시킬 만큼 풍부하고 다양한지 반추할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 무단출입 제한에 대한 비판도 취재 자유 위축이 아니라 낡은 관행에 대한 집착이라고 지적한다. '언론사를 포함해 어떤 기관이나 조직도 자체 업무영역을 보호하는 출입규정을 갖고 있다.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을 다루는 정부만이 예외가 될 수 없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도 언론이 취재를 위해 사무실을 무단출입하는 예가 없다.'

합동브리핑센터가 생기는 데 대한 비판에도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개별 기자실이 합동브리핑센터로 옮겨진다고 해서 해당 분야 전문 기자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나 취재 내용, 언론과 기사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취재지원 시스템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고, 언론은 보다 공정하고 공평하며 효율적인 취재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정부는 언론과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통해 보다 투명하게 정책추진 과정을 공개하게 될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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