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쉴 곳, 잠잘 곳, 자식 키울 곳, 피난할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명체에게 홈리스(homeless)보다 더 비참하고 잔인한 형벌은 없다. 불우한 이웃에게 집을 지어주는 유엔 헤비타트(HABITAT) 운동, 이 헤비타트는 '서식처'라는 생태학 용어이다. 서식처는 생명체의 원초적 삶터이며, 일정한 울타리로 둘러쳐진 보금자리, 집이다.
집, 하우스의 어원은 희랍어로 오이코스(oikos), 즉 영어로 에코 'eco'이다. 경제 economy의 'nomy'는 '경영'의 'management'라는 의미로, 경제학은 곧 비용 편익 분석을 통한 '보금자리 경영학'인 셈이다. 생태학의 ecology는 '집'에 대한 'logy' 논리학이다.
결국 생태학과 경제학은 본질적으로 모두 '집'에 대한 참살이(웰빙)를 추구하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경제학은 개발'이고, '야생의 생태학은 보존'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부당할 수밖에 없다. 에코노믹스의 경제학과 에코로지의 생태학은 같은 성, 같은 뿌리의 형제 학문이다.
필연적이지만 그린지엔피(green-GNP)처럼 최근에는 생태학과 경제학을 융합한 '생태경제학'이 등장하였다. 공기, 물, 흙, 야생은 지금껏 금전적 시장 가치로만 셈하였다. 그러나 환경적·생태적, 그리고 심지어는 심미적 역할과 같은 생태계 서비스 기능에 대한 간접가치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직경 2㎜ 크기의 모래 알갱이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淨水(정수) 생물들의 집이요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강바닥에서 자갈 모래를 퍼내면, 그것은 가장 성능이 우수한 자연 수질정화조를 제거해버리는 형국이 되고 만다.
강물 속에 나뒹굴고 있는 모래가 운하 건설을 위한 현금처럼 보이지만, 모래의 수질정화 기능을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하다. 성능 좋은 모래정화조를 잃어버린 강 하류에서는 비싼 정수장을 운영하고, 계속해서 확대 건설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국토 개조의 계산법은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
'흥부와 놀부'에서 선악을 날던 제비, 이 녀석들이 떠난 농촌에서 이제 농부들이 떠날 채비를 한다. 제비의 시장 가치가 제로였으니, 안중에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값비싼 살충제로 해충·익충 가리지 않고 모조리 없애버렸고, 땅은 눈부신 비닐하우스로 포장되었다.
녀석들이 먹고 살기에는 너무나 험악한 서식 환경이다. 농촌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붕괴된 지 오래다. 오로지 고소득 창출에만 집착해온 농촌경제 정책의 인과응보이다. 고소득 고소득 하더니 마침내 에프티에이(FTA)는 농촌 해체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야생과 어우러지는 삶의 터전이 진정으로 큰 소득을 창출하고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친환경 유기 농산물의 시장 가격으로 이미 증명되고 있다. 그것은 농촌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팔공산 개발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연경동 대단위 고밀도 주택건설로 어떻게 동화천 자연이 보존될 수 있는가? 궁색하기 짝이 없고, 홍두깨 같은 생떼 논리이다. 수달이 살고 생태가 복원되었다는 신천에 분수를 쏴 올리고, 휘영청 루미나리에를 밝히는 것은 생태학적 과학사기 수준이다.
東茶 侍者(동다 시자) 정동주의 '한국인과 차' 속에서 빌린 한 문장을 돌려 써본다. "뿌리가 땅에 닿지 않는 '관념의 잎'만 무성한, 마치 식물의 흡혈귀 실새삼처럼, 생태학의 미몽을 좇는 위선에 찬 무능한 지식인들, 젊어서는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늙어서는 강산을 더럽히는 지도자들"에게 고한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그런 삶의 터전으로 국가 미래를 재창조하기 위해서 반드시 '생태학적 생명'을 먼저 공부하라.
김종원(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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