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반친구 모두에게 일일이 편지-김혠지쌤

입력 2007-05-19 07:35:23

직장생활을 하는 나는 학교에서 소풍이나 현장학습 때 몇 시에 학원선생님께 아이를 데리러 가 달라고 해야할지 난감했다. 어린이집이야 선생님께 전화로 물어봐도 되고 종일반이 있어 상관이 없었는데 학교를 간 후,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학교 선생님께 전화해서 물어보기가 쉽지가 않았다. '군사부일체'라고 배워서 그런지 선생님은 늘 어려운 분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작년 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졌다.

처음 학기가 시작되자 선생님의 학급운영방침이 담긴 긴 편지를 보내오셨고, 시험이 있은 뒤 아이들을 격려하는 정이 담긴 쪽지 글과 본인이 지도한 아이들이 들어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시며 방학이나 특별한 날 반짝 미팅을 가지며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늘 '사랑하는 내 새끼들∼'로 시작하는 선생님의 글 속에서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처녀 선생님께 어떻게 저런 사랑이 묻어 있을까 싶어 눈시울을 적시며 읽은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기를 마칠 때 그 섭섭함을 학반 친구 한 사람 한 사람과 사진을 찍어 그 친구와 있었던 일년의 일들과 앞으로 바람을 적어 코팅하여 보낸 것을 보며 나도 세 번이나 눈물을 닦고 읽었다. 내가 이렇듯 눈물이 나는데 우리 딸내미가 얼마나 울었는지는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니 선생님을 찾아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학급을 맡지 않으시고 영어교과담당이시라 꽃도 한 송이 못 받았을까 걱정이 된다. 작년 같은 반 엄마들이랑 꽃 한 송이 사들고 인사가야겠다. 늘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황금초등학교 김현지 선생님의 밝고 맑은 미소가 지속되기를 바라며…. 선생님과도 휴대전화 문자로 대화할 수 있는 가까운 관계로 만들어 주심을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이들이 자기들끼리는 선생님을 '김혠지쌤'이라고 부르는 것 아시나요.

유진 엄마(대구시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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