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농장] (18)경주 '자연과 사람'

입력 2007-05-16 08:54:07

"양식 우렁이 작년 3억원치 공급"

▲ 유상훈 씨가 우렁이 양식장에서 우렁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유상훈 씨가 우렁이 양식장에서 우렁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벌레도 잡초도 다 생명입니다."

농사꾼이면 원수처럼 생각하는 벌레와 잡초도 생명이고 공존의 대상이라고 주창하는 경주 건천읍 금척리 '자연과 사람' 농장 대표 유상훈(39) 씨.

1999년 귀농한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농사에 달려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포도밭 2천400평, 벼 6천 평, 소 60마리를 길렀는데 아버지는 노지포도에 수시로 농약을 살포했다. 농약을 치지 말자고 하니까 아버지를 비롯해 동네 어른들께서는 "니, 농사 폐농하려고 하나?" 하고 반대하셨다. 아버지는 농사가 될 것 같지 않았던지 자식 몰래 농약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유 씨는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오전 5시 논밭으로 나가 자정이 되어서야 장화를 벗을 정도로 작물을 살펴보곤 했다.

2004년까지 포도 농사를 지으면서 퇴비로만 지었다. 5, 6회 쳤던 농약은 2회로 줄였다. 가지를 벌려주고, 잎을 많이 달게 해주고, 일조량 많게 하고, 통풍이 잘 되게 해주었다. 몇 년 후 포도 당도가 건천의 600여 농가 중 가장 높게 나왔다. 당도가 높은 저농약 포도를 선물용으로 판매, 인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무농약 검증을 받으려면 주변의 농가와 같이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포도농사를 그만두었다.

이젠 순환농업으로 친환경 농업을 지켜 나간다. 하우스에 우렁이를 키워 6월쯤 제초용 우렁이를 출하하고, 하우스가 비워지면 밭을 갈아 7월에는 토마토와 오이를 100∼150일 작기로 재배해 수확한다. 이어 11월쯤부터는 멜론을 재배한다. 돌아가면서 다른 작목을 재배하니 연작 피해가 없어지고 작물에도 서로 좋았다.

우렁이를 활용한 무농약 쌀 생산에도 부단히 노력했다. 2001년부터 벼농사에 우렁이를 활용하기 위해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종자용 어미 우렁이를 공급했던 전남 장성을 2년 동안 수차례 찾았다.

차로 달리는 시간만 왕복 10시간. 우렁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구입 비용도 제초용 우렁이 어미가 kg당 20만 원으로 만만치 않았다. 일부를 공급받았다가 다 죽기도 했다.

우렁이 양식장을 차렸지만 사육방법이 쉽지 않았다. 공급자도 핵심 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2천만 원어치 구입해와 키웠으나 연료비 등을 포함해 3천여만 원 적자를 봤다. 장성의 공급자는 연간 수억 원어치를 판매한다는 소리를 들은지라 오기가 작동했다.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성의 한 여인숙에서 1주일 동안 머물면서 공급자의 사육 시스템을 직접 봤다. 비결은 밀도 조절. 이를 해결하니 잘 자랐다. 이제 유 씨의 우렁이 양식장은 경주 친환경쌀 생산단지는 몰론 울진, 포항, 영천 등지에도 우렁이를 공급하는 전초기지가 됐다. 지난해에만도 3억 원어치를 공급했다. 날로 더 요구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 씨 자신도 2만여 평의 논에 우렁이 농법으로 무농약 쌀을 생산한다. 무농약 우렁이쌀에 이어 2004년도에는 경북 친환경농산물 품평회에서 '키가 쑥쑥 크는 쌀'을 출품해 쌀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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