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이 흐르는 풍경)스트레스 관리 기재로서 예술 교육

입력 2007-05-15 07:10:35

"어우 증말 짜증 지대로다~! 살짝 기분 나쁠 뻔했어!!" 개그우먼 신봉선이 KBS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터뜨린 유행어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상을 있는 대로 팍팍 구겨 깔고, 음절 하나하나의 음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구강 구조를 가로 세로 쫙쫙 찢으며 코맹맹이 소리까지 섞어 내뱉던 이 말이 작년 말 네티즌들이 뽑은 10대 유행어의 하나였다지요.

증말 지대로 나는 짜증, '열을 받게 하고', '뚜껑이 열리게 하고,' '마음 벽을 날선 손톱으로 빡빡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이 왕짜증이 바로 모든 현대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스트레스이지요. 이 스트레스는, 더위, 추위, 소음 등과 같은 물리학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과, 피로, 질병과 같은 생리적인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것, 그리고 사회나 학교에서의 대인관계로부터 생기는 갈등, 좌절, 불안 등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심리적인 것으로 분별되는데요. 유기체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교란시키는 이 스트레스에 대해 사람들은 각종 방어 메커니즘을 만들어 대응하지만 만일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방어 메커니즘이 부적절하면 심신장애 또는 다른 정신적 장애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회 변화의 물결이 돌물목을 흐르는 홍수처럼 급격하고 삶의 경쟁 또한 점점 치열해지면서 앞으로 사람들이 이겨내야 할 스트레스는 확대 재생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보건기구도 2020년 인류 최대의 질병은 AIDS나 암이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그의 활동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 못하는 개인의 삶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까지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감정 관리 기제로서 예술언어를 꼽습니다. 예를 들어, 어른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데, 노래방의 현란한 조명 아래 악다구니를 쓰면서 '남행 열차'를 타고 '고향역'을 지나 '박달재'를 울고 넘는데 어째서 스트레스가 풀리는가, 그것은 노래가 지닌 리듬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노래의 리듬이 스트레스로 인해 어긋나 있는 사람들의 생체리듬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다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자기의 소질에 따라 음악이나 미술, 또는 운동 등 예체능의 한 분야에 심취하여 그 기능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 기재를 마련하는 데 아주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성인이 되어서라도 자신을 망가뜨리는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지 않고 감성적 예술언어로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말입니다.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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