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S/W 밸리 조성 서두르자

입력 2007-05-09 07:25:54

대구·경북은 구미, 포항을 비롯해 IT, 철강, 섬유, 자동차부품 소재 등 경제성장을 주도한 산업단지가 많다.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에 신성장동력을 제공하고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를 맞아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새 전략기술을 선정·육성할 필요가 있다. 광주가 광기술과 광산업을 지역의 대표기술로 삼은 것과 같이 대구·경북을 대표하고 국가발전을 주도할 전략기술을 육성하는 것은 우리 지역에 부여된 역사적 책무다.

20세기 말부터 본격화한 정보화와 디지털화는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혁명적이라 할 정도로 사회 전 분야를 급속하게, 그리고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더 나아가 디지털화는 산업구조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국방, 문화, 예술 등 우리 생활방식을 전환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보화, 디지털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S/W)가 있었기 때문이며 정보화, 디지털, 소프트웨어는 같은 내용을 다른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Digital Convergence' 시대에 S/W 산업은 사회를 지식기반 사회로 전환시키는 데 있어 핵심 산업인프라가 되고, 산업 그 자체로도 고용창출 및 제품의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기반 산업이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S/W 산업은 궁극적으로 국가나 지역,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현재 인간이 상상하고 만든 모든 기기나 제품에 S/W 기능이 들어가 있다. 크게는 항공기·조선산업에서, 작게는 슈퍼마켓에서 사용되는 바코드·RFID, 휴대전화, 인체에 들어가는 바이오 칩까지 인간의 상상력이 미치는 모든 제품에 S/W, 특히 임베디드(Embedded) S/W가 구동되고 있는 것이다.

또 시장경제적인 측면에서도 S/W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항공기 원가의 60%, 자동차 40%, 휴대전화·DMB 제품 원가의 90%가 S/W 관련 원가다. 특히 세계 S/W 시장의 규모는 2007년에 8천338억 달러로 연평균 6%의 성장을 하고 있으며 국내 S/W 시장 규모도 2010년까지 53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S/W 산업의 경쟁력은 원천기술 부족 등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나 제품이 적다. 또 세계 IT산업에서 S/W 비중은 25% 내외인 반면, 국내 IT 산업 중 S/W 비율은 10% 이하이고 자국시장 규모대비 수출 비율도 이스라엘, 아일랜드 그리고 인도에 비해 턱없이 낮다.

다행히도 최근 대구·경북에서 전자, 정보기기, 메카트로닉스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또 모든 미래형 산업의 기반기술이라 할 수 있는 S/W 분야 육성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정보통신부는 미래 S/W 분야 중 성장 가능성이 제일 높은 임베디드 시스템 S/W분야를 우리 지역에서 집중육성하기로 했고 지역 대학, DGIST에서도 핵심 기술분야로 선정,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인 요소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S/W 밸리 조성과 같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육성계획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은 S/W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구미의 전자산업, 울산의 자동차 및 조선산업, 창원·마산의 기계산업 등 임베디드 S/W의 잠재적 수요가 높은 곳의 지리적 요충지로 S/W 산업 육성의 최적지다. 또 30여 개가 넘는 대학이 대구권에 집중돼 S/W 산업 육성의 핵심요소인 지식집약적 인재육성이 유리하다.

특히 S/W 산업은 산업구조상 지리적 제한이나 공간적 제한을 덜 받기 때문에 탈수도권이 가능한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기에 적절하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으며 S/W 산업은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S/W 산업이 제품, 기업, 산업, 그리고 지역 및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국가의 미래 부 창출을 위해 국가단위로, 지방 자치단체의 종합적 발전 계획이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다용도 S/W 국산화 방안, 국산 S/W 인증제를 도입해 국내개발 S/W가 글로벌 기업을 통해 국산 S/W가 내장된 제품을 들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지역의 풍부하고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 S/W 산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

정규석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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