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실버토피아

입력 2007-05-05 08:41:46

춘추시대 제나라 桓公(환공)때의 일이다. 환공이 명재상 管仲(관중)을 대동하고 북쪽 고죽국 정벌에 나섰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 해 겨울에야 끝이 났는데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 혹한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이 진퇴양난에 빠져 쩔쩔매고 있을 때 관중이 나서 "이럴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군사들을 그 뒤를 따라 행군시켰는데 얼마 안가 곧 큰 길이 나타났다. 한비자 說林(세림)편에 나오는 老馬之智(노마지지)의 교훈이다.

정보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마지지'가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대접은커녕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느낌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령화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도 노인의 경험과 지혜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가.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노년인구가 총 인구의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오는 2019년이면 14.4%로 '고령 사회'가 되고 2026년이면 20.2%로 '초고령 사회'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령화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유익함'으로 바꾸어 보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고령화를 기피할 것이 아니라 고령화 친화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다.

최근 의성군이 고령친화모델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의성군은 2005년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32.7%로 전국 최고령화 지역으로 평균 연령이 49.8세인 그야말로 '노인 도시'의 전형이었다. 가장 젊은 도시 구미시가 평균 31.6세니 근 한 세대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의성군에 앞으로 10년간 3천400억 원을 투입, 은퇴자 마을과 건강허브센터 등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제 노인이 제대로 대접받을 모양이다. 이 사업으로 의성군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 5천8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천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한다. 노인산업이 젊은이를 먹여 살리는 逆風(역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이제 고령화도 '특화 상품'이다. 의성군은 고령친화 도시를 넘어 노인들의 천국인 '실버토피아'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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