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동화천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죠

입력 2007-05-04 08:59:21

"팔공산 갓바위 인근에 살면서 아침, 저녁 동화천변의 도로를 따라 시내로 출퇴근하는 시민입니다. 그 길을 오갈 때마다 차창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의 시작에 힘을 내고 하루를 마치고 피로를 풉니다."

본지 2일자 '대구 유일의 생태하천 동화천 사라질 위기…' 기사가 나간 직후 여러 시민들이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한 독자는 "동화천 일대는 예비 신혼부부와 아마추어 등반가들이 많이 찾는 시민 휴식공간이다. 인근 팔공산과 연계해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요량 없이 그저 국민임대주택단지로 밀어붙이는 행정 책임자들의 무책임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사)자연생태연구소 소장 조영호 박사도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줬다. 며칠 전 서울에서 온 환경전문가와 함께 동화천에 갔더니 그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더라고 했다. "어떻게 대도시 인근에 이런 자연친화적인 생태하천이 있을 수 있나요. 보고도 믿기지 않네요."

동화천은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갖가지 동식물이 살고 있고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생태학습장이다. 하지만 얼마후면 이 뛰어난 자연환경을 통째로 잃어버리게 된다. 이 일대에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고 삭막한 콘크리트 숲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와 주택공사가 대구시, 동·북구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방침'이라며 졸속으로 임대주택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황당하다. TV의 개그 프로그램처럼 아무리 터무니없고 황당한 지시라도 '회장님의 방침'이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정리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구 시민들은 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그맨과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가 정부 정책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고 시민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지역 환경단체들이 개발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동화천 구하기'에 나섰고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그나마 다행스럽다.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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