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악몽, 올해도 계속될까. 5월은 예전부터 미국 극장가의 여름 시즌에 맞춰 할리우드 대작들이 상륙하는 시기다. 특히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 3'의 파장이 워낙 커 한국 영화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터라 올해는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실정. 이에 우리 영화계는 '알아서 피해 가자'식 전략이어서 한동안 극장가에 한국영화 기근 현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5월 극장가에 선제 공격을 가하는 외화는 '스파이더맨 3'. 500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한 데다 당초 3일로 잡혔던 개봉일을 1일로 앞당겨 전례 없는 화요일 개봉을 시도하고 나섰다. 여기에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가 24일, '슈렉3'가 6월 6일,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 등 스타 군단이 출연하는 '오션스13'이 14일, 마이클 베이 감독의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가 28일,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이 7월 12일로 일찌감치 개봉 날짜를 받아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2004년과 유사하다.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각기 300만 명을 모은 '트로이' '투모로우' '슈렉3' 등과 230만 명을 기록한 '스파이더맨 2', 7월 중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50만 명)까지 대작들이 줄줄이 이어졌던 것. 그러나 당시 한국영화도 나름대로 선전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효자동 이발사'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이 200만 안팎의 성적을 냈다.
2005년 5, 6월에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외에 할리우드 대작 시리즈가 없었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가 350만 이상을 모았지만 '혈의 누'(227만), '남극일기'(106만), '연애술사'(116만) 등 한국 영화에도 꽤 많은 관객이 들었다.
그런데 지난해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3'가 570만 명으로 대박을 터트린 것. 이에 라이벌을 자처했던 한국영화 '국경의 남쪽'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으며 2주 후 다시 할리우드 작품 '다빈치 코드'가 기세를 몰아가자 우리 영화는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당시 외화 쏠림 현상은 관객들에게 국산 대작을 기다리게 만들었고 이것이 '괴물'의 흥행으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후 대작 위주로 관객이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는 바람에 하반기 중소 규모 한국 영화들 대부분이 휘청거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올해 한국영화계는 '대결은 피하자.'는 태도다. 당장 5월에 개봉일을 확정한 국내 작품이 별로 없다. 쇼박스가 당초 5월로 예정했던 임창정 박진희 주연의 '만남의 광장'을 7월 이후로 미뤘고, CJ엔터테인먼트 역시 안성기 이준기 등 주연으로 100억 원이 들어간 대작 '화려한 휴가'를 7월쯤으로 개봉일을 예정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해 '국경의 남쪽'에서 얻은 교훈이 있어 '화려한 휴가'는 5·18을 소재로 했지만 애초부터 5월 개봉을 추진하지 않았고 5월에는 아예 대항마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시네마서비스만이 '아들'(5월 1일) '밀양'(5월 24일) '황진이'(6월 6일) 등 개봉일을 각각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슈렉3'와 같은 날로 잡아 정면대결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5∼7월이 지난 후 어떤 작품이 진정한 승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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