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이무열
바람이 찾아와
까치집을 가만가만 흔들어 주고 있다.
― 맛있는 먹이 물고 이제 곧 엄마가 돌아올 게다.
― 아가야 더 자거라, 아가야 그 때까지 조금만 더 자거라.
엄마까치 올 때까지
나뭇가지를 가만가만 흔들어 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중의 하나가 '섬집 아기'란 말에 동의할 사람이 적지 않을 터이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가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로 이어지는 노래. 어릴 적 이 노래를 듣고 괜스레 울먹거렸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알고 봤더니 여기엔 까닭이 있었다.
물 건너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이라는 사람에 따르면, 유아들은 엄마를 제 자신의 일부로 여겨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데, 엄마는 주체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항시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상 모든 "아가"들은 늘 혼자 집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슬픈 기억 때문에 이런 노래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게 되는 것.
이 시는 섬집 아기의 새로운 버전. 이런 시들이 지속적으로 씌어진다는 사실이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겠는가. 누구는 말할 터이다. 이 순정한 동시를 놓고 어지간히 멀리도 나갔군.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이야기하고 있는 내 턱뼈가 어지간히 뻐근하다. "바람이 찾아 와" 가만가만 주물러줬으면 좋겠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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