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의 법칙-노력한 끝에 찾아오는 우연한 행운/ 미야나가 히로시 지음/ 김정환 옮김
열심히 노력했지만 실패한 연구는 행운일까, 불운일까?
3M사 중앙연구소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잘 달라붙지만 떼면 금방 떨어지는' 이상한 접착제를 개발했다. 강력한 접착력이 접착제의 생명이라는 전통적 관점에서 볼 때 엄청난 실패작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실버는 이 연구 성과가 뭔가 획기적인 상품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실패한 연구를 사내 기술세미나에서 당당하게 발표한다.
1년 뒤. 같은 회사 테이프 사업부 연구원 아서 프라이는 친구의 평범한 불평을 듣는다. "다음날 부를 찬송가를 표시하기 위해 악보에 책갈피를 끼워뒀는데, 악보를 넘기다가 책갈피를 떨어뜨려 버렸다."는 하소연이었다. 한 해 전 실버가 개발한 이상한 접착제로 '떨어지지 않게 접착 가능한 책갈피'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그럴듯한 아이디어는 보기좋게 회사에서 거절당했다. 평평한 종이의 일부에만 접착제를 발라도 울퉁불퉁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접착제를 바르는 곳만 종이를 얇게 깎아내 전체의 두께를 똑같이 맞추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프라이는 포기하기 않았다. '접착 가능한 책갈피'를 책상 위에 붙여 놓는 메모지로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2년이 걸친 고독한 작업 끝에 자택 지하실에서 마침내 제조장치를 완성했다.
이번에는 사내 마케팅 부서의 반대에 부딪쳤다. 시장조사를 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없었다.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상품에 대해 소비자의 욕구가 있을 리 없었던 것이다. 미국 일부지역에서 실시한 시험판매 성과도 시원치 않았다. 곧 개발 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프라이는 직속 상관을 무시하고 담당 부사장을 찾아가 프로젝트를 계속해 줄 것을 읍소했다.
행운의 여신은 엉뚱한 곳에서 미소를 지었다. 3M사 회장 비서 이름으로 포춘 500대 기업의 비서들에게 견본품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해서 '포스트 잇'은 1980년에 미국에서, 그 다음해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스펜서 실버와 아서 프라이는 분명 행운의 사나이였다. 하지만 단지 '운'만 좋았던 것일까. '세렌디피티'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지 못한 귀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연을 붙잡아 행운으로 바꾸는 힘'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세상에는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다."며 "그 보물을 발견하기 위한 준비와 기초로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시야와 전문가적 발상에 구속받지 않는 유연한 태도, 자신이 속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관심,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기적처럼 느껴지는 '우연한 행운'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노력에 대한 결과요, 대가이다. 그야말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셈이다.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방식 혁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고시바 마사토시, 예상 외의 시장을 발견해 성공한 IBM, 고속철 신칸센에서 도시락과 음료를 파는 장사꾼의 놀라운 상술 등……. 우연을 붙잡아 행운으로 만든 위대한 노력들이 감동적으로 전개된다. 264쪽, 1만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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