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대구성서아카데미 정용섭 원장

입력 2007-04-14 07:25:01

사회·역사적 배경 속에서 성서는 쉼없이 재해석 돼야

"성서는 고정된 규범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교리적 공부보다 사회·역사적 배경 속에서 의미를 뽑아내는 인문학적 공부가 필요합니다."

12일 오후 7시 30분 대구YMCA 대강당에서 월간 '기독교사상'에 기고한 글을 모은 설교 비평서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정용섭(54) 목사는 성서 해석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 펴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 등 유명 목사들의 설교 비평서 '속빈 설교, 꽉찬 설교'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한 책. 이번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교회 건물을 지은 할렐루야교회 김상복 목사, 인기 스타가 된 대전중문교회 장경동 목사, 대한성서공회 총무인 민영진 목사 등 14명이 도마에 올랐다.

정 목사는 김 목사에 대해 '얼굴에서 따뜻하고 긍정적이며 열정적으로 살아온 삶이 묻어나지만 불가능은 없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식의 성공신화 이데올로기 일색인 설교는 기독교 복음과 상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장 목사의 설교를 두고서는 '청중과 강사의 신바람은 있지만 말씀과 성령의 신바람은 별로 없다.'고 평했다. 반면 민 목사의 설교는 '말씀의 결과 숨이 살아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정 목사는 왜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목사들의 설교 비평서를 출판하게 되었을까. 그는 "성서 안의 영적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는 성서읽기의 아마추어리즘과 성서를 선동에 이용하는 도구주의, 성서 포퓰리즘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기독교사상'에 글을 연재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첫 번째 설교 비평서가 8천 부 이상 판매된 데 이어 두 번째 책도 이미 초판 5천 권이 매진돼 2쇄에 들어갈 만큼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인문학적 토대에서 성서을 읽고 해석하는 데 목말라 있는 기독교인들이 많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

샘터교회 담임목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 목사는 십일조 헌금을 받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목사의 생활이 보전되는 정도인 합리적 수준의 헌금만이 교회에 필요하다."며 "들어온 만큼 지출하면 십일조를 없애더라도 교회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도올 김용옥 교수와 기독교계 논쟁에 대해서는 "김용옥 교수의 주장은 깊이가 부족하고 침소봉대하는 측면이 있지만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며 "상식적 수준의 언급에 대해 기독교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와함께 기독교계가 140~150개로 분파되어 있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과 관련, "신학적 소신보다 현실적 이해관계가 주요 원인"이라며 "조급증을 떨쳐버리고 영성 회복으로 극복해야 할 기독교계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28평 아파트 거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샘터교회를 지키며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신도 수나 교회 크기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정 목사. 그는 자신에게 남은 과제로 평신도들의 인문학적 성서 공부 지원과 젊은 목사 설교 훈련, 샘터교회를 21세기의 바람직한 대안교회로 키우는 일을 꼽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