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은 학교를 학교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지식 환경이다. 학교도서관은 인체의 심장과 같은 것이다. 의사는 심장이 멈출 때 사망을 선고한다. 학교의 심장인 도서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학교는 비실비실할 수밖에 없으며, 작동을 멈추면 숨을 멈춘 것으로 볼 수 있다.
2002년 현재 대구와 경북에 배치된 사서교사는 두 명뿐이었다. 대구 율하초등학교의 안현정 선생님과 경북 경주공고의 이재선 선생님. 이 두 선생님은 나와 함께 계몽 시절의 학교도서관 발전 방안을 연구하고 컨설팅하는 데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보람 또한 적지 않았기에 고락을 함께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하도 신기해서 다른 시도를 살펴보았는데, 서울에만 수십여 명이 있었고, 심지어는 한 명도 없는 시도도 있었다. 당시 전국 1만 60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에 배치된 사서교사 수는 모두 97명.
이게 1995년 5·31 교육개혁이 선언된 지 7년이 경과한 우리나라 보통교육 현장의 학교도서관 현주소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1995년 현재 전국 4만 3천여 개의 학교마다 평균 2.2명, 무려 8만 6천여 명의 사서교사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미국은 학교별 평균 1.9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런 통계 앞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엄청나게 컸다. 나는 전문성 여부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학교도서관의 바다로 뛰어들었으며, 허우적거리면서 작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2002년 3월 경북은 22명의 신규 사서교사를 울릉도를 포함한 23개 지역 교육청마다 한 명씩 배치했다. 대구도 2003년 11명을 신규 임용함으로써, 교육인적자원부의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5개년 계획'을 이끌어내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올해가 해마다 600억 원씩 총 3천억 원이 투입된 학교도서관 발전 5개년 계획 완성 연도이다. 5년 전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OECD 회원국 대비 F학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 체결을 계기로, 적어도 3조 원 정도의 예산으로 제2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 지식 강국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연 6천억 원씩 5년간 3조 원. 엄청난 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성과 감수성을 도야하고, 지식의 폐활량을 늘리면서 창의성을 내면화하는 가장 가깝고 바른 길이 독서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에 있다고 볼 때, 그 이상의 투자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학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 학교의 새로운 시작이 여기에 있다.
김선굉(시인·의성 단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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