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상 사기·악덕 상술 "심하다 심해…"

입력 2007-04-02 11:06:36

자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빈 방을 월세로 내놓은 최모(80) 씨. 며칠 뒤 방을 보러 왔다며 50대 남성이 찾아와 "방 2칸을 월세 20만 원에 계약하자."며 100만 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최 씨는 80만 원을 거슬러주고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백지를 가지러 갔지만 그 사이 50대 남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가짜 수표인 것을 안 뒤 그는 열흘간 앓아 누웠다.

노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소비자단체들에 따르면 노인들을 상대로 휴지, 고무장갑 등을 선물로 주며 건강제품을 판매하는 '고전적'인 사기에다 최근에는 신종 사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김모(75) 씨도 지난해 "자식들의 휴가에도 도움이 되고, 나중에 유산으로 물려줄 수도 있는 콘도이용권을 싼값에 살 수 있다."며 집으로 찾아온 30대 여성의 말에 10만 원을 주고 콘도이용권 계약서를 작성했다. '적은 돈으로 자식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판매원의 말만 믿고 있었던 김 씨는 이후 중도금 540여만 원을 내라는 독촉장을 받고서야 속은 것을 알았다. 당장 계약을 해지하고 싶었지만 계약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계속 불통. 고민하던 김 씨는 1년이 지난 뒤에야 아들에게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자식들한테 해준 것도 없는데. 이런 문제까지 일으켜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런 사례가 잦아지자 소비자단체마다 노인들을 상대로 소비자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양순남 대구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피해 사례들은 대체로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다가 자식들에게 갑작스런 문제를 떠넘기기 싫어 시간이 지체된 경우가 많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 피해 규모를 키우지 않도록 자식들에게 즉시 알려야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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