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전라도 친구가 한글날에 코미디 '훈민정음' 판소리경연대회가 있으니 놀러오라고 전화가 왔다. 홍어회와 갓김치, 막걸리 생각에 입맛을 다시며 곧장 달려갔다. 출연자가 직접 훈민정음을 전라도 사투리로 만들고 창으로 부르는 대회였다.
대회의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으며 즐겼다. 1등의 전라도 훈민정음은 이러했다. "시방 나라말쌈지가 떼 놈들 말하고 솔찬히 거시기혀서 글씨로는 이녁들끼리 통 헐 수가 없응께로 오로코롬 혀 갖고는 느그 거시기들이 씨부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거시기헐 수 없은께 허벌나게 깝깝허지 않것어? 그렇고롬 혀서 나가 새로 스물여덟자를 거시기했응께 느그들은 수월허니 거시기혀부러갖고 날마동 씀시롱 편하게 살아부러라~."
다녀와서 전라도 훈민정음을 들려주며 경상도 훈민정음도 만들고 판소리식으로 불러보자고 했지만, 한결같이 묵묵부답 아니면 못한다고만 했다. 필자는 익히 경상도 사람들은 '판소리의 성음이나 흥을 돋우는 추임새'에 있어서는 전라도 사람들에게 족탈불급(足脫不及)임을 잘 알고 있다.
판소리는 전라도의 문화소산이기 때문이다. 판소리 사설에는 경상도 사투리가 전혀 없음은 경상도의 문화적 소산이 아님을 반증한다. 각 지방의 민요들은 그 지방 사투리와 관계를 가지고 독특한 음악표현 양식을 갖게 된다.
때문에 그 지방의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그 지방의 음악토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실제로 수심가는 평안도 출신이, 판소리는 전라도 사람이 해야 그 맛과 멋이 제대로 살아난다. 타지방 사람이 서울이나 전라도에 살면서 서울말 전라도말을 열심히 배워 말을 해도 본고장 사람에게는 어설픈 흉내로 들릴 뿐이다.
하물며 전라도말과 전라도 음악어법인 판소리에서야…. "그러나 '문디'들이여! 이제부터 판소리를 부르지 못한다고 자신을 비하한다거나 음악성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마입시더. 전라도말을 못하듯이 전라도 음악을 못하는 기 당연하지 안심니꺼. 판소리를 지대로 배우고 싶은 분은 먼저 전라도말을 먼저 배우시이~소".
"'문디'들이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구유치잔치에서도, '어데에~ 아이라에~' 핑계만 말고 좋으면 좋다고 눈만 껌벅 하이소. 아이구 이 문디야! 좋다만 말고 추야장 긴긴 밤에 날 찾아 오이소."
"그런 향토의 대구아리랑을 신명나게 부리민서 같이 춤을 추입시더. 또 시간 나마 경상도 훈민정음도 맨들어 문디소리로 불러보고예…."
이인수(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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