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국민 등 따시게 해줘야"
도대체 현명한 지도자는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할까.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지도자가 최고죠." 김영문(62) 영남대 정외과 교수는 "사는 것이 쏠쏠하고 재미나게 하는 이"를 꼽고, 중국의 덩 샤오핑(鄧小平)을 그런 인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30년 가까이 중국의 정치만 파고든 정치학자다. 최근 '鄧小平과 중국정치'(탐구당 펴냄)를 출간한 그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덩 샤오핑에 대한 예찬으로 입을 뗐다. "덩은 실사구시 정책으로 중국의 경제력을 1978년에 비해 34배나 증대시켰습니다." 실사구시란 인민의 물질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중국 현대화에 박차를 가한 현실주의적 정치다. 과거 마오 쩌둥이 계급투쟁과 이념에만 경도된 것과 달리 덩은 21세기 중반까지의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실사구시적인 측면에서 정치를 펼쳐나갔다.
"덩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안으로는 경제적 모순을 해결하고, 밖으로는 평화를 지속시키는 외교정책을 펼쳤다. 타도할 이념도 제국주의에서 패권주의로 전환시켰다.
"무엇보다 노선투쟁의 변증법적 접근이 참 희한하죠." 덩은 중국 1인자로 19년(1978~1997)을 통치하면서 4차례에 걸쳐 노선투쟁을 겪었다. 노선의 방법과 속도, 범위, 내용에 대한 수정이다. 이를 개혁세력 중 진보성향과 보수성향의 세력을 번갈아 기용하면서 문제가 노출되면 수정정책(治理整頓)을 펴는 변증법적 접근으로 해결했다.
그가 통치할 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9.7%. 고도경제성장 시기는 14~15%, 조정기는 6~7%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것이 변증법적 수정이라는 것이다.
덩 이외 지도자로 그는 청나라 강희제(1654~1722)를 들었다. "최근 중국정부의 최고 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성군으로 꼽고 있다."고 했다. '국민에 엎드려 전력을 다하라'(鞠躬盡力), '나라를 굳건히 지키고, 국민은 즐겁게 생업케 하라'(安居樂業), '정치를 안하는 것처럼 정치하라'(不治而治)는 강희제의 통치철학을 두고 김 교수는 "정말 감동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항공모함이 풀 스피드로 달리는데 문제가 없겠어요?" 현재 중국의 그늘로 소득의 불균형과 이데올로기 가치 부재, 부정부패 등 '정신오염' 등을 꼽았다.
김 교수의 '鄧小平과 중국정치'는 덩 샤오핑 시대에 전개된 중국정치의 허실과 현대화에 따른 명암을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 1989년부터 2005년까지 발표된 13편의 논문을 수정 보완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특히 앞으로 중국 권력의 향배 가늠하는 가상 시나리오가 흥미를 끈다. 김 교수는 "내년쯤 대대적인 권력이동과 탈바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495쪽. 1만 5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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