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돈…" 식·음료·생활용품 컬러 붐

입력 2007-03-17 07:35:33

色=구매력, 컬러마케팅 뜬다

더 이상 밋밋한 색깔은 싫다. 먹고 마시는 식·음료에서부터 일상 생활용품까지 온통 알록달록한 컬러로 뒤덮이고 있다. 기존 상식의 색을 파괴하는 '컬러 마케팅'이 뜨고 있는 것. '백색가전'으로 불렸을 정도로 흰색 일변도였던 가전제품이 최근 정반대 색깔인 검정색으로 까지 확대되면서 특정 색이 특정 제품에 한정되지 않는 시대를 맞고 있다.

농산물도 검정색 쌀을 비롯 노란 수박, 검은 토마토, 붉은 바나나 등 기존의 색을 파괴하는 품종들이 속속 등장, '컬러 마케팅'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일·채소의 색깔 혁명

대구의 백화점 식품관에는 여름철이면 노란색 토마토와 속이 노란 수박, 붉은 바나나 등 기존 색깔과 전혀 다른 과일 및 채소가 다양하게 선보인다. 이 같은 과일 및 채소는 주로 본격 출하 이전에 선(先) 출시,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색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난달 대백프라자 식품관에 선보였던 검붉은 색의 '블랙 토마토'는 항산화작용 성분이 일반 토마토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또 붉은색 토마토와 노란색 피망을 교배한 '노란 토마토'는 지난해 12월의 인기상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겉이 검은 수박이 선보일 예정. 검은 수박은 기존 수박보다 껍질이 두껍지만 당도가 높고 섬유질이 풍부한 게 특징. 또 자주색 또는 적갈색 등 붉은색 껍질의 수입과일 '모라도 바나나'도 일반 바나나에 비해 길이가 짧고 두꺼워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속이 노란 수박과 겉이 하얀 백자메론 등 기존에 알고 있던 과일과 다른 색깔의 과일이 다양하게 선보여 '컬러 과일시대'를 실감케 하고 있다.

대백프라자 식품팀 김남기 과장은 "색다른 과일이나 채소는 신품종 개발과 함께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로, 이제 식품은 맛도 중요하지만 보는 즐거움도 느끼는 쪽으로 제품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하얀색 바나나 우유?

유제품 전문회사인 매일유업은 최근 하얀색 바나나 우유를 선보였다. 제품의 이름을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로 지어 기존의 상식을 깨뜨리게 했다. 껍질을 벗긴 바나나의 속은 하얀색인데 불구, 그동안 대부분 소비자들은 바나나 껍질의 색을 '바나나 우유'와 연결시켜 "바나나 우유는 노랗다."고 믿었다. 이 같은 고착된 인식을 깨뜨린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가 저지방 무색소 천연 과즙우유로 지난해 말부터 출시되고 있다.

붉은 계통 일색이던 햄과 소시지에도 닭고기 가슴살의 하얀색을 그대로 살린 햄이 등장 했는 가 하면, 시금치나 당근 같은 야채로 알록달록하게 색깔을 낸 소시지 제품도 있다.

◇주류도 컬러 대전

금복주는 올 들어 푸른색 소주병(더 블루)을 선보였다. 그동안 소주병은 녹색 또는 투명으로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인식돼 왔다. 서울의 진로는 매실주인 '매화수'를 종전의 녹색병에서 투명 유리병에 담아 갈색을 띠도록 해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또 맥주 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컬러 맥주도 다양하게 선보여 역시 신세대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초록색 메론 맥주를 비롯 푸른색의 블루베리, 붉은색의 라스베리, 노란색의 레몬맥주 등 맥주 색이 다양하다. 와인도 기존 레드와 화이트에서 색상이 확산돼 블랙, 그림, 자주색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상인점 와인매장에는 기존의 포도맛 외에 메론·블랙베리·복숭아 등의 맛을 내는 와인을 선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천연색 모피, 이제는 옛말

모피라고 '컬러 마케팅'에서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흰색이나 갈색, 검은색 등 천연모피 색깔을 살린 제품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들어 화사하고 밝은 파스텔톤이나 원색적인 컬러 모피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모피 전문 브랜드인 '동우모피'에서는 핑크·블루·옐로우 등 원색 모피를 선보이고 있고, 향토 백화점의 여성·영캐주얼 매장에서도 화사한 파스텔톤이나 보라·갈색 등 컬러풀한 모피 제품이 등장했다.

하지만 대구 모피시장의 경우 지역적 보수성 때문인지 아직까지 검은색이나 회색 등 기존의 모피제품 선호도가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백색가전' 용어조차 사라질 듯

냉장고·에어컨 등을 두고 그동안 워낙 흰색이 기본색으로 강세를 나타내자 업계에서는 '백색가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빨강·파랑 등 색이 들어간 제품이 전체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전제품은 컬러풀해진 상황. 이런 가운데 신제품은 아예 흰색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대표적인 '백색가전'이라 할 수 있는 냉장고의 경우, 인테리어형 양문형 냉장고가 확산되면서 색상 파괴가 본격화하고 있다. 음식 보관 뿐만 아니라 집안 인테리어 기능까지 갖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원색을 과감하게 선택하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의 '지펠' 냉장고는 블루·실버·레드·체리 등으로 색깔이 다양하고 LG전자에서도 금색·은색·블루 냉장고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컬러제품은 혼수용으로 특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중·장년층에서도 은색이나 갈색 등 고급스러운 색깔을 특히 좋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흑색가전'시대 도래

올 들어 가전제품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은 것은 '검은색 에어컨'의 등장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에어컨에 '블랙 컬러'를 도입했다. 그동안 에어컨의 색상에서 블랙은 더운 느낌을 주는 색상으로 금기시 돼왔으나 블랙이 주는 고급스러움과 가정에서의 가죽소파, 블랙컬러의 TV 등 전자제품과 매치, 인테리어 효과 등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과감하게 선택한 컬러. 모험이었지만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전문매장 등에 전시한 제품들에 대해 높은 관심도를 나타내고 있어 업계에선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기존의 앙드레 김 디자인으로 블랙바탕에 황금색 꽃과 나비 문양을 새긴 '앙드레Ⅱ'도 이색 상품이다.

대구백화점 마케팅총괄실 권칠수 대리는 "소비자가 구매결정 때 오감 중 시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80% 이상으로, 이는 시각 전달매체인 컬러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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