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때문에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인천 송도의 한 오피스텔 청약현장에서다. 1만5천여명의 인파가 며칠씩 바깥에서 밤샘하는 것도 요란스럽더니 서로 먼저 모델 하우스로 들어가려다 10여 명이 다치기까지 했다. 욕설과 고함소리, 인근에 불까지 나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한다. 그런 소동 속에서도 "당첨만 되면 당장 1억원은 벌텐데 뭔들 마다하겠느냐"라고들 했다니 참….
요즘 대구의 TV 장외 경마장도 북적거린다. 이름도 요상한 '바다이야기'가 철퇴를 맞은후 경마 쪽으로 부쩍 몰려드는 낌새다.
모르긴해도 지구상에 우리만큼 '투기'를 좋아하는 국민도 흔치는 않을 듯 하다. 집이 집으로 보이지 않고, 땅도 땅으로만 보이지 않으니 이 무슨 해괴한'난치병'인지…. 최근엔 와인에까지 슬슬 투기 바람이 일 징조가 보인다. 웰빙 열풍 속에 명품 와인 수집이 유행이라 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를 휩쓴 유행어에 '모두 돈만 바라보자(一切向錢看)'라는 것이 있었다. 미래지향적 비전을 품고 나아가자는 뜻의 '모두 앞만 보자(一切向前看)' 구호를 모방한 것이었다. 로또 광풍, 부동산 투기, 온갖 도박 중독증 등 투기 바람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이 사회가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비 같다면 지나친 노파심일까.
체면도 위신도 내던지고 모델하우스로 허둥지둥 달려간 그들도 결국은 한탕 큰 돈 벌어 행복해지고 싶어서였을게다. 그런데, 과연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기는 있는걸까. 하긴 영국 워익대학 경제학과 앤드류 오스왈드 교수는 "당연히 살 수 있다. 다만 얼마나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에드 디에너 교수도 "상관관계가 복잡하지만 분명 돈이 행복을 준다"고 했다. 반면 노벨상 수상자인 프린스턴 대학 다니엘 카네먼 교수는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학자마다 결론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눈치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돈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행복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오스왈드 교수도 결국 "좋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행복해지려면 차라리 좋은 남편이나 아내를 찾는게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돈은 우리를 일정 부분 행복하게 해준다. 하지만 쌓일수록 고약한 銅臭(동취)를 풍기기도 한다. 더구나 땀방울 섞이지 않은 일확천금엔 위험한 허방다리가 숨어 있기 쉬운 법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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