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소질이 있는 초·중학생을 선발, 2년간 무상 교육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북대 '영어영재교육원'이 이르면 5월쯤 개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매일신문 3월 7일자 2면 보도) 지역 교육계와 학부모,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대구시 교육청과 함께 이번 사업을 추진중인 이예식 경북대 어학교육원장을 만나 영어 영재교육 기관의 필요성, 선발 과정, 향후 교육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영어영재 교육기관 왜 필요한가
이 원장은 "외국어에 소질을 갖춘 지역 인재를 조기 발굴해서 육성하자는 취지"라고 운을 뗐다. 그는 2005년 2월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1년 반 가량의 연구 기간을 보내고 귀국한 이후 줄곧 영재교육 기관 설립을 시도해왔다. 지자체마다 전문 영재교육국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활발한 미국 현지의 영재교육에 큰 자극을 받았다는 것.
'언어(말)가 영재교육 대상이 될까'에 대해 이 원장은 "미국에서는 모국어(영어)라 할지라도 특출한 재능이 발견되면 영재교육 대상이 된다. 언어 역시 수리, 공간 지각 능력과 함께 중요한 인지영역의 하나"라고 말했다. 때문에 영어가 필수 사항이 된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영재 교육기관의 필요성과 관련, 현행 우리나라 공교육 영어 수준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영어가 갖춘 중요성에 불구하고 수준을 너무 낮춰 오히려 학생들의 풍부한 사고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 "초등학교 때까지 따라 말하고 노래하는 정도로 영어를 배워오다 중학교에서 갑자기 문자 위주 교육을 하니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인지발달 단계에 맞춰 영어 학습의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생 선발과 수업은
경북대 영어영재교육원은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초등4년~중1년)들을 대상으로 '영어능력시험'과 '언어적성검사' 등 2단계를 거쳐 최종 합격생을 선발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관문이 언어적성검사. 앞 단계인 영어능력시험이 영어에 대한 능숙도(Proficency·성취도)를 테스트한다면, 언어적성검사에서는 말 그대로 타고난 소질을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릴 때부터 학원에 다녔거나 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면 영어를 다른 아이들보다 잘 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취도가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소질이나 재능을 가졌다고는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거꾸로 환경이 좋지 않거나 노력을 덜 기울여 영어 성취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향후 발전의 잠재력이 엿보이면 영재가 될 수 있다.
이 원장은 이 대목에서 '창의적 언어능력'을 연거푸 강조했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 동의어·반의어·유의어, 전체와 부분 개념 등을 파악하는 힘이 우수하고 언어를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창의적 소질을 갖춰야 영재의 범위에 든다는 것. 언어적성검사에서는 표준화된 검사지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수업은 인문, 사회, 금융, 과학 등 다양한 글감을 통해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능력을 키우고 최종적으로는 아카데믹한 영어, 학구적인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했다.
▶남은 과제는
경북대 영어영재교육원의 예정 정원은 30명. 이는 경북대가 현재 운영 중인 과학영재교육원 300명의 10분의 1수준이며, 대구 전체 초·중학생 30여만 명 중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미미한 숫자다. 교육 대상자 확대 외에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찮다.
이 원장은 "영재교육원 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학습교재를 개발해야 하고, 영재 아동들을 발굴해낼 수 있는 검사 도구도 더 연구해야 한다."며 "이런 교육이 비단 영재교육기관뿐 아니라 일반 교실에도 스며들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연수 기회도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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