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여서 정치권의 관심사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온통 쏠려있다. 유명 역술가들 집을 문턱이 닳을 정도로 찾아다닌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 들리는 얘기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더라" "누구는 어렵다더라" 는 식이다. 이 같은 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선주자 캠프들중 일부는 역술가들에게 로비를 해놨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권을 취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자에게도 이런저런 사람들이 대권의 향배를 물어오지만 속 시원한 답을 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다소 엉뚱하다고 할만한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뻔뻔스럽거나 표리부동하게 보이는 대선주자를 찾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듣는 쪽에서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뻔뻔스럽다'거나 '표리부동하다'는 말이 왜 나쁜 것으로만 인식돼야 할까?
과거 대선들을 떠올려 보자.
97년 대선 때의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지내온 정치 역정이나 당의 정체성 등을 볼 때 한 배를 탄다는 게 지극히 어려울 것 같았던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와 대선 막판에 'DJP 연합'이라는 선거연대를 성사시켰다. 권력 야합이라는 등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이를 상쇄시킨 뒤 자민련 텃밭인 충청권의 지지를 토대로 대통령직을 거머쥐었던 것.
92년 대선 때의 김영삼 민자당 후보도 마찬가지. 대선을 불과 2년여 앞두고 극한 투쟁의 대상이었던 민정당 측의 합당 제의를 전격적으로 수용,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까지 끌어들여 자신이 이끌었던 통일민주당과의 3당 합당을 이뤄냈던 것.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기발한(?) 명분을 내세워 비난 여론을 무마시켰으며, 그 덕택에 정권도 잡을 수 있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 출마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어떤가. 97년 낙선 때는 DJP 연합에 앞서 자민련 김 총재로 부터 연대 제의를 받았음에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개혁적인 이미지에 집착해 왔던 탓에 연대를 추진할 경우의 비난여론에 더 신경썼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집권하는데는 뻔뻔스럽게 비쳐지는 전략도 구사돼야 하며, 때문에 이들 두 전직 대통령에게만 해당될 뿐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며, 이면에 숨겨진 것들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두 전직 대통령처럼 비난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명분을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당선됐다.
그러나 자신의 도덕성을 너무 부각시키게 되면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데는 입지가 좁아질 것 같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처럼...
대권의 향배가 궁금하다면 대선주자들중 누가 뻔뻔스럽고 표리부동하게 비쳐지는 지를 우선 지켜볼 일이다.
서봉대 서울정치팀 차장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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