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도 B학점을 받을 수 있음을 이해해 주실 수 없나요?"
"그래, 영재로 학교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이것은 필자가 미국의 메이플라워 밀 초등학교의 전일제 영재 학급을 참관하였을 때 학생들이 연극을 통해 그들이 겪게 될 수 있는 어려움을 호소한 대사의 한 부분이다. 아이들의 대사처럼 영재로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판별되기도 어렵고, 이해되기도 어렵다.
예나 오늘이나 영재를 보는 관점과 교육에 있어서 다양한 견해가 있어왔다. 일찍이 퇴계 선생은 27세 되던 해(1527년)에 치러진 경상도 향시(생원시)에서 "天下之英才難得, 而學者之氣質有偏(천하지영재난득, 이학자지기질유편)"이라는 글로 영재를 얻기 어려움을 지적하며, 영재를 방치하지 않고 바르게 이해할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오늘날우리의 교육에서도 학업 성취가 낮게 나타나는 미성취 영재나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의 문제를 지닌 영재의 사례처럼 영재의 이해를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들이 많다.
그러나 모두가 영재는 아니다. 영재는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영재(gifted)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비범하게 높은 수준으로 자신의 능력을 실현했거나 특출한 성취를 나타내 보일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학교 교실은 연령을 기초로 하여 집단을 편성하고, 하나의 표준 교육과정과 학습 속도로 교육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앞선 능력과 학습 속도를 지닌 학생은 있기 마련이며, 그들에게는 일반 교육과정과 다른 차별화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일반 규준을 넘어서는 학생을 선발하고, 보다 적절한 교육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영재에 대한 개념과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영재에 대한 두 가지의 잘못된 신화(神話)가 여전히 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과거의 천재적인 위인들로부터 관찰된 기이한 행동들로 인하여 영재에 대한 여러 가지 선입견과 오해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영재는 신체적으로 나약하고 편협한 생각을 갖는다거나, 그 성취는 한때 반짝하다 쉽게 사라진다는 등의 고전적인 신화에서부터 영재는 매우 생산적이고, 학문적·신체적·사회적·정서적으로 골고루 잘 성숙되었으며, 모두로부터 환영받고, 별도의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 잘 해나갈 수 있다는 현대적 신화는 영재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일반적인 영재 모형에 맞지 않는 탁월한 인물들을 적지 않게 살필 수 있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엘버트 아인슈타인, 정치가 윈스턴 처칠 등은 낙제와 실패를 적지 않게 경험하였으며, 일반적으로 주장되는 영재의 개념과도 거리가 먼 사례이지만 영재라고 부인할 수 없는 특출한 인물들이다.
흔히 영재를 높은 IQ 점수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영재에 관한 초기 연구가 매우 높은 IQ 점수를 기준으로 영재를 정의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인들의 IQ를 역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영재를 IQ 130 이상이라는 기준으로 판별할 경우 종두법을 창안한 제너, 시인 디포우, 대통령 링컨, 과학자 패러데이, 철학자 존 로크, 미술가 램브란트, 음악가 하이든, 종교가 루터 등은 제외된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영재는 하나의 그림으로 규정되거나 설명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어린 학생들이 지닌 다양한 행동 특성을 관찰하여 영재성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 특성도 영재를 용이하게 관찰하기 위한 준거일 뿐이며, 모든 영재들에게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경우 4세쯤에 말을 시작하였으며, 초등학교의 낮은 학업 성취와 느린 행동으로 '느릿느릿 신부님'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였다. 영재 개인 간에도 많은 차이가 나타낸다. 또한 어떤 특성은 일찍, 어떤 특성은 나중에 나타날 수도 있다.
영재가 지닌 특성과 재능은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와 교사로부터 관심을 받고 기회를 가지게 될 때 발현될 수 있다. 영재를 많은 학생들 가운데서 선발한다는 것도 쉽지 않고, 그들의 요구에 맞게 교육내용과 방법을 마련하여 교육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재에 대한 바른 이해가 영재 학생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자녀에게 교육적 도움을 제공하는 데 첫걸음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동하(영주 봉현초 교사)
우동하 교사는
춘천교대를 나와 계명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퍼듀대 대학원 영재교육 교수자격과정을 수료했다. 대구교대, 전남대 영재교육원, 부산시영재교육진흥원 강사와 대구대, 계명대, 김천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영재 어린이의 이해와 교육, 사랑의 대화법, 유년기 어린이 철학 등이 있다.
※ 이번 주부터 해외 영재교육기관에서 유학한 경북 교사들의 글을 싣습니다. 국내·외 영재교육의 현황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은 물론 영재교육과 교육 방법 등에 대한 학부모, 교사들의 이해를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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