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경쟁력이다)대구 해서초교

입력 2007-02-20 07:09:45

창의성 교육의 소재는 꼭 책에만 있는 것일까. 각 학교의 창의성 교육 현장을 살펴보면 교실 안 수업에서 창의성 기법을 적용하거나, 관련 교재를 활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체험을 곁들인다고 해도 기껏해야 교실 내에서 모둠별로 공작물을 만들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도여서 현장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여지가 크다. 우리 동네, 학교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유적지나 박물관, 관공서 등 이용 가능한 교육현장은 학교 가까이에 널려 있다.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대구 해서초등학교(동구 지저동)는 불로 고분군, 도동 측백수림, 신숭겸 장군 유적지 등 내 고장 문화유산을 창의 교육 체험장으로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 창의 교육의 주제도 '우리 고장-팔공산 자락의 보물을 찾아서'다. 일례로 경북에서는 성주 초전초등학교가 수년 전부터 한개 민속 마을, 세종대 왕자 태실, 성산리 고분군 등 지역 문화 유적을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한 바가 있지만 대도시 학교에서는 드문 일이다.

배한연 해서초 교장은 "학교 주변의 다양한 문화 유산과 주요 시설, 자연 환경 등의 주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탐구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해서초는 이런 원칙 아래 사회 탐구 영역과 과학 탐구 영역으로 주제 분야를 나누고 학생 1명 또는 2명이 1년 동안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도록 했다. 재량 활동 시간을 활용해 현장 체험, 조사, 실험, 관찰을 하도록 하고 토요 휴업일과 방학을 집중 해결 기간으로 설정했다.

주제 영역별로 내용을 들여다보니 소재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먼저 사회 탐구에서는 ▷우리 고장의 내력(불로동, 도동, 봉무동의 유래) ▷문화재(불로동 고분군, 도동 측백수림, 봉무동 토성과 용암 산성 등) ▷주요 시설과 기관(대구 공항, 봉무 레포츠 공원, 5일장, 불로동 화훼 생산 단지 등) ▷인물 탐구와 우리 고장 옛 이야기(신숭겸 장군, 봉무정과 최상룡 선생, 효자 강순항 이야기, 용암 산성과 옥천 이야기 등) 등으로 정했다. 또 과학 탐구 영역에서는 '대구의 젖줄 금호강 탐구', '불로천의 오염 원인과 실태 조사', '봉무동 토성은 어떻게 쌓아 올렸을까', '불로동 고분군 주변 식물 조사' 등 다양한 과제를 발굴했다.

이렇게 관심 분야에 따라 주제를 정한 학생들에게 탐구를 하게 된 까닭과 탐구를 통해 알고 싶은 점, 탐구 실행의 차례와 방법, 준비물 등을 적은 '탐구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현장 방문, 인터넷, 문헌 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고 느낀 점을 적었다. 제출한 연구물은 교실, 복도 게시판, 학교 도서실 등에 전시해 여러 학생들이 공유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실제로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 주변의 소재가 얼마든지 훌륭한 창의 교육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효자 강순항 이야기'를 정한 학생은 "병환이 깊으신 아버지를 위해 한겨울에 참외와 잉어를 구해 드리고, 아버지가 드시고 싶어 하는 쇠고기를 사오기 위해 한여름에 장작을 지고 20리 길을 걸어갔다는 얘기가 감동적이었다. 평광동에 있는 강효자 정려각을 직접 찾아가 구경하고 나니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동구 공산동에서 전해 내려오는 '공산 농요'를 조사하면서 예전 공산동이 논농사를 해 오던 고장임을 알게 되거나, 신숭겸 장군 유적지인 모영재와 신숭겸 유허비를 찾아가 살펴보기도 했다. 대구 국제 공항에 직접 가서 현장 조사 활동을 하기도 하고 공항 홈페이지를 방문하면서 글로벌 시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배 교장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학교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창의성 교육 현장을 찾을 수 있다."며 "1년간 이런 활동을 꾸준히 벌인 결과 학생들의 탐구 능력과 창의성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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