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규모와 유행

입력 2007-02-15 16:49:08

#세뱃돈 규모

설날에는 세뱃돈을 받느냐, 주느냐로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가 갈린다. 평소 어른 공경이라고는 모르던 아이들마저도 세뱃돈 욕심이 앞서 곧잘 친척 어른들 댁을 따라다닐 정도. 물론, 어른들은 사정이 다르다. 팍팍한 살림에 세뱃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인터넷 쇼핑몰 우리닷컴에서 최근 이메일을 통해 20대부터 50대까지 남녀고객 4천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뱃돈 총 예상비용으로 10~20만원이라고 답한 사람은 30.7%, 5만원~10만원은 22.5%, 20~30만원은 16.8% 순이었다. 또 롯데백화점이 고객 3천1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등학생의 세뱃돈은 1만원(59.4%)이 적당하다고 응답했으며, 유아'아동에게는 5천원(56.3%), 중학생에게는 2만원(35.1%), 고등학생에게는 3만원(37%), 대학생에게는 5만원(40.1%)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렇게 풀리는 세뱃돈은 대략 2조원에 달한다. 한국 은행이 설을 앞두고 공급한 새 지폐 규모의 절반 정도가 개인이 환전해가는 돈이라고 하니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4조 4천억 원의 화폐 공급 중 약 2조 2천억원 정도가 세뱃돈으로 사용되는 셈. 설문조사를 통해 추산해 볼 수도 있다. 연령대별 평균 세뱃돈 사용액에 인구 수를 곱해 계산을 해 보면 대략 2조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세뱃돈, 20세기의 문화

그럼 세뱃돈을 주는 것은 우리의 고유 풍습일까? 그 유래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세뱃돈 풍습은 자본주의화가 진행된 후인 20세기에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600년사' 등의 자로에 따르면 전근대 시기에는 세배를 한 사람들에게 '돈'보다는 '덕담'과 '세찬(歲饌)'으로 대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19세기 초반인 조선 순조 때 연중 세시풍속을 빠짐없이 수록해 놓았다는 '동국세시기'에도 설날 덕담 풍습은 자세하게 기록돼 있지만 세뱃돈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세뱃돈 풍습의 원조는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춘제에 '야쑤이첸'이란 세뱃돈을 '홍파오'라고 불리는 붉은 봉투에 넣어주면서 "궁시파차이"(돈 많이 버세요)라는 덕담을 건넨다. 일본에서도 '오도시다마'라는 세뱃돈 풍습이 있다. 이는 일본 에도시대(17~19세기)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있었던 세뱃돈 풍습이 196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퍼진 것이다. 또 베트남에서는 빨간 봉투에 새 지폐를 담아주는 '리시'라는 풍습이 있고, 몽골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뱃돈을 건네고, 그 대신 어른은 아랫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세뱃돈에도 유행이 있다

올해는 외환은행에서 선보인 외화 세뱃돈 세트가 인기라고 한다.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중국 위완화와 캐나다'호주 달러화 등 세계 5개국의 지폐로 구성된 외화 세뱃돈 세트는 지난 1일 출시된 5만 세트가 모두 동이나 30만 세트를 추가 발행할 정도라고 한다. 이에 따라 시중에 풀리는 외환액의 규모도 엄청나다. 35만 세트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84억원 가량의 외화가 세뱃돈으로 시중에 풀리는 셈.

지난해에는 5천원 짜리 신권의 출시로 단연 인기를 얻은 것은 5천원 지폐였다. 신권이란 명목으로 5천원짜리 세뱃돈을 부담없이 내 밀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어른들의 부담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녹록치 않다. 1만원 짜리와 1천원 짜리 신권이 선보였기 때문. 새 화폐로 세뱃돈을 줘야겠는데 1천원권은 아무래도 '너무 짜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 싶어 어쩔수 없이 1만원권을 내 놓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몇 년 전부터는 '돈 보다는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저축 통장이나 도서상품권, 온라인 교육 사이트 수강권 등도 등장했으며, 넷세대인 아이들을 위해 전자화폐인 '도토리', '오렌지', '은화'로 세뱃돈을 준다는 대안도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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