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시험과 OMR카드

입력 2007-02-13 07:43:25

꿈 많고 생기발랄한 학생의 가슴을 짓누르는 많은 것 중 하나가 시험이 아닐까? 학생들은 공부를 했든 안했든 상관없이 시험만 생각하면 답답하다. 이런 시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나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노력을 해 보았다. 특히 OMR카드에 관심이 많아 그 연구 성과가 TV에 방송되기도 했다. 대입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가서 OMR카드 작성에 따른 학생들의 불안을 없애는 데 노력하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OMR(Optical Mark Reader:광학마크 판독기)이 처음 개발되어 사용된 것은 1950년대이며 지금 세계에서 70개국 정도에서만 사용한다. 지금 사용하는 카드 판독기는 대부분 일본과 미국에서 개발한 것인데 감지기가 카드 아래 부분에 있는 검은 막대를 통과할 때 각 문항마다 마킹한 부분에서 빛을 발산하는 양을 측정하여 그 범위 안에 들면 정답으로 읽어 채점하는 2진법 방식이다.

이런 채점 방식을 정확히 알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먼저 수성사인펜으로 체크한 후 나중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위에 덧칠하면 수성사인펜과 컴퓨터용 사인펜은 빛을 발산하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판독기 센서가 수성사인펜은 판독하지 않고 컴퓨터용 사인펜만 판독한다.

학생이 카드를 바꾸는 경우는 마음이 불안해 정답 ②번에 손이 가다가 ③번에 마킹하는 경우, 떨리는 손으로 두세 번 마킹하다가 마킹 부분이 굵어져서 실수하는 경우, 번호를 밀어서 마킹하는 경우, 사인펜을 떨어뜨려 카드에 번져 실수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나는 시험시간에 10분과 5분 남았다고 꼭 두 번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먼저 수성사인펜으로 가볍게 표시하고 3~5분 정도 남은 후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힘을 약간 주면서 위에서 아래로 한번만 긋고, 정답을 결정하지 못한 문제는 끝까지 생각하다가 종이 울림과 동시에 마킹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한다. 대입수능시험이나 교원임용고사 등 마킹부분이 둥근 원으로 된 카드도 힘을 약간 주면서 원을 한번 그리면 된다.

내가 여고에 근무할 때 카드 작성 미숙 때문에 모의고사에서 가채점과 실제 점수가 다르게 나와 고민하는 학생이 많았다. 이런 학생도 충분히 고칠 수 있다. 내가 학생들의 OMR카드 표기에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는 부모님도 교사도 모르는 학생만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고 점수가 잘못되어 오면 "정말로 잘못되어 네 성적이 올라가기를 선생님이 빌께!"면서 같이 확인해 본다. "선생님! 제가 마킹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면서 힘없이 돌아서는 제자에게 나의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글이 OMR카드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아는 기회가 돼 능력이 아닌 정답 표기 시스템에 의해서 점수를 잃는 학생이 하나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원수(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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