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조청 한과-재래찹쌀·엿기름의 깊은 맛

입력 2007-02-08 16:24:50

명절이면 차례상과 선물용으로 인기높은 한과의 고향인 경남 의령을 찾았다. 대구에서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내린 의령군 칠곡면 의령조청한과. 50여명 직원들이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의령조청한과는 건평 700평 규모의 최첨단 위생설비 시설을 자랑하고, 생산량에서 전국 3대 규모이자 영남권 최대 생산업체로 손꼽힌다.

의령조청한과는 국내 처음으로 국산 쌀눈(현미배아)100%와 조청으로 만든 '쌀눈 다식'을 개발했고, 2004년 한국 전통식품 베스트5, 부산 APEC지정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롯데 등 전국 유명 백화점 및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원래 공무원이던 의령한과 김현희(51) 사장은 우리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조청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조청 공장을 할 때만 해도 정말 밤잠도 못 잤어요. 공장에 조청을 안쳐 온도를 맞춰놓기는 하지만 1초라도 늦으면 끊어넘치거나 진공농축 탱크가 폭발할까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공장으로 달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질 좋은 조청을 만들다보니 주위에서 여러 사람들이 '기왕에 그렇게 좋은 조청을 만들거면 한과도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라는 제안을 했죠."

시중에 대량으로 나온 한과 제품 중에는 투명한 물엿을 사용한 것이 많다. 하지만 의령조청한과는 엿기름을 이용한 조청만을 고집한다. 대부분 전통식품이 그렇듯 한과 역시 매우 까다롭고 정성스런 과정을 거친다. 우선 국산 재래찹쌀을 지하수에다 불려 삭힌 뒤 발효된 찹쌀을 다시 곱게 빻아 찹쌀피를 만들어 낸다. 쪄서 다시 반죽한 찹쌀은 건조를 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이 가장 힘들다. 건조과정에서 수분을 13% 내외로 유지해야 튀길 때 적당하게 부풀어 모양도 나면서 너무 딱딱하지 않은 한과가 되기 때문. 건조되면 일정한 크기로 자른 뒤 숙성을 거쳐 낱개로 채종유에 튀겨지게 된다. 이후 조청을 바르는데 그 양에 따라 단맛이 조절된다. 조청을 튀밥 조각이나 깨, 고물을 묻히는 작업이 끝나면 낱개로 포장작업을 하고, 마침내 소비자 손에 건네지는 상품이 된다.

주문이 폭주하지만 김 사장은 생산량을 늘릴 생각이 없다. 한과는 제조부터 소비까지 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맛이 떨어진다. 설이나 명절을 앞두고 한꺼번에 주문이 폭주하는데 그렇다고 미리 많이 만들어두면 그만큼 맛이 떨어진다. 할 수 없이 의령조청한과 직원들은 밤을 새는 고생을 불구하고 대량 생산보다는 제때 만드는 고품격 한과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김현희 사장은 "생산량을 늘리기 보다 재료의 다양화와 제품의 건강성을 더욱 견고히 하고 싶다"며 "앞으로 건강식품을 공부해 온 것을 바탕으로 장류 식품을 개발하여 우리 전통식품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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