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중 퇴임 후가 더 빛나는 대표적인 케이스는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이다. 在任(재임) 시절의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않다. 인권대통령을 표방하며 東奔西走(동분서주)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경제정책도 실패했다. 1979년의 테헤란 미 대사관 직원 인질사건은 치명적인 오점이 됐고, 다음 선거에서는 레이건에게 완패했다.
◇하지만 퇴임 후 그의 인생은 반전됐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카터 센터를 세워 평화와 인권 고양, 구호사업에 앞장섰다. 무주택자에 집을 지어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망치질하는 모습은 전 세계 해비타트 운동에 불을 붙였다. 세계 평화의 전도사로서 분쟁지역을 뛰어다닌 공로가 인정돼 2002년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26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한 제럴드 포드 제38대 미국 대통령(1974~1977). 전임 닉슨 대통령이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중도 사임하면서 백악관에 入城(입성)했던 그도 재임 시절 성적은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1976년 선거에서 지미 카터에게 패해 백악관을 떠난 이후 조용하면서도 의미가 큰 삶을 살았다. 1982년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 알코올'약물중독 치료센터인 '베티 포드 센터'를 세웠다. 한때 약물과 술에 의지했던 아내 베티 여사의 재활 치료 경험이 계기가 됐다. 베티 여사는 백악관 시절에도 자신의 유방암 투병 사실을 솔직하게 공개, 유방암 검진과 치료의 중요성을 일깨운 바 있다.
◇미국 내 최고 재활센터의 하나로 꼽히는 베티 포드 센터에는 그동안 5만여 명의 알코올'약물 중독자들이 거쳐갔다. 최근엔 할리우드 스타 니콜 키드먼의 남편인 가수 키스 어반이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했고,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전 남편인 바비 브라운도 여기서 치료받았다.
◇30일 거행될 포드 전 대통령의 國葬(국장)은 고인의 소탈했던 성품을 기리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촐하게 치러질 것이라 한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조용히 사회에 봉사해온 포드 전 대통령의 삶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뒤가 깨끗해야 좋은 술이며, 사람도 뒷모습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뒷모습'이 같은 의미인지 헷갈리는 건 왜일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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