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선물 주시던 선생님
저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들이 네 살쯤 되었을 때 이웃에 선생님 내외가 이사를 오셨습니다. 그 댁에는 저의 아들과 나이가 똑 같은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분들께서는 이웃에 친구가 있어 좋다며 두 아이를 함께 놀게 하였습니다.
남편이 막일을 하며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가던 저희 집 형편이라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 분들은 자기 아이만 유치원에 다니는 것을 미안해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중학생이 될 때 다른 지방으로 전근 가시게 되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거의 십 년 가까이 이웃에 살면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저의 아이 선물을 챙겨주셨습니다. 늘 산타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 분들의 아이와 저의 아이에게 똑같은 선물을 주시며 꿈을 키워 주셨던 그 분들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늘 생각납니다.
이제 사회인이 된 저의 아들도 좀 늦었지만 대학에 가서 그 분들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다고 학비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은공을 경제적으로는 보답하지 못하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나마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살고 싶습니다.
최선희(대구시 동구 방촌동)
※나도 누군가의 산타 되고싶어
연말이 되면 들뜨지 않으려고 해도 온 거리가 캐롤송으로 넘쳐나고 반짝이는 성탄 트리의 불빛이 넘실대면 왠지 마음이 설렙니다. 어른도 이런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마음이 들뜰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은 다가오고, 아이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립니다. 산타를 아직도 믿는 아이와 산타는 없다며 믿지 않는 아이로 나뉘어 가끔 싸우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산타의 진위여부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은 무척 애매해진답니다. 아이의 꿈을 깨지 않게 하려면 산타가 있어야 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하려면 산타는 없다고 이야기 해주어야 하니까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산타가 있다고 믿는 것이 아이다울 것 같아 올해도 여전히 산타는 있다라고 대답해줍니다. 아마 그건 부모인 저도 산타가 있어서 산타의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해마다 자선냄비에 작은 정성이나마 넣는 것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 자신이 산타가 되어 보고 싶은 마음에서인가 봅니다. 아마 산타란 우리의 마음속에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은 그 마음이 산타는 아닌가 하고 한번 생각해 봅니다. 올해는 모두 다 누군가에게 산타가 한번 되어 보면 정말 따뜻한 연말이 될 것 같습니다.
김규리(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그녀와 특별한 추억만들기
25번째 크리스마스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꽃 돼지(여자친구)와 맞이하는 처음 크리스마스입니다. 한번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쯤에 설레는 마음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벌써 한달 전부터 계획을 다 짜놓아서 빨리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 하는 맘이 간절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농구경기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농구장을 갈 예정입니다. 맘껏 소리지르면서 응원하면 스트레스도 풀릴 것 같아서 먼저 마련한 이벤트입니다.
그리고 꽃 돼지를 위한 두 번째 이벤트는 '웃찾사 개그 배틀' 공연 관람입니다. 한번도 공연장을 찾아보지 못해서 무척 설렙니다. 어린 시절에는 마냥 크리스마스는 산타가 나타나서 선물을 주는 그런 날로 알았고, 청소년기에는 친구들과 카드를 주고 받으면서 안부나 묻는 그런 날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2006년 크리스마스 누구보다 뜻깊고 행복한 날로 기억될만한 그런 날 만들겠습니다. 아직도 산타를 그리워하는 꽃 돼지에게 이번 크리스마스는 제가 기꺼이 산타가 되어 주여야겠습니다.
박광수(대구시 달서구 본동)
※그해 겨울 인큐베이터 속 내 딸
늘 이맘때가 되면 알싸한 아픔이 짜르르 밀려듭니다. 거리엔 찬란한 불빛이 온 밤을 휘젓고 다니고, 둥둥 띄워놓은 캐롤송의 들뜸은 어쩌면 나를 더 아프고, 힘들게 했는지 모릅니다. 십 오 년 전 꼭 이맘 때, 가려진 신생아실 커튼 사이로 난 눈물만 흘리고 서 있었습니다. 퉁퉁 부어오른 젖은 둘둘 만 수건을 젖게 하고, 한없이 흐르는 눈물은 스무 여섯 해를 살아온 나의 모든 것을 적셔 놓고 있었습니다. 두 달이나 세상에 일찍 나온 내 아이는 신생아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할딱할딱 가쁜 숨을 쉬며, 그 작은 머리에 주사 바늘까지 꽂고 세상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내 품에 안아 보고 싶었지만 행여나 잘 못 될까, 붓기가 가라앉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꽉 막힌 인큐베이터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 해의 크리스마스는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하얀 겨울, 엄마의 눈물을 먹고 그 아이는 내 곁에 왔습니다. 그 해의 크리스마스는 내겐 가슴 저림이었습니다.
지금 그 아이는 고운 여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내 곁에서 정말 눈물나도록 환한 웃음을 웃으며 날 꼭 안아주는 화사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거리엔 캐럴이 울려 나오고, 크리스마스 트리의 환한 불빛이 거리를 수놓고 있습니다. 꼭 그때처럼 말입니다.
권영희(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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