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古都)보존 특별법' 개정, 폐지 논란

입력 2006-12-16 09:54:08

현행 '고도(古都)보존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도보존법, 2005년 3월 6일 시행)'이 우리나라 고도의 현실을 제대로 담는 데 한계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민지원 및 재원확보 방안도 구체화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보존과 내실있는 지원을 위해 고도보존법을 일반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행법을 보완· 발전시키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양분돼 있는 양상이다.

문화재청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에 고도보존법 개정·보완 연구를 의뢰하고 15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한 서울대 정종섭(헌법학) 교수는 "현행법은 고도의 의미가 불분명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역사도시'로 하되 일반법인 '역사도시에 관한 법률'로 바꾸고, 보존·정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역사도시 보존·발전 정책은 각종 규제에 따른 보상과 지원이 뒤따라야 하고, 재원은 원칙적으로 중앙정부가 부담하되 대통령령이 정하는 출연금과 문화재 및 문화유산 관람료 중 일부 금액 등으로 충당하면 된다."말했다. 복권 발행과 민자유치 등 재원조달 방안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 채미옥 실장은 "다시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보다 현행 법을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 낫다."고 정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들 지역에 대한 금전적 지원 보상뿐만 아니라 그동안 받았던 불이익의 보상 차원에서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어 혜택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들이 고도를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보존과 지원으로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언에 나선 김성수 경주 시의원과 경주 도심위기대책범시민연대 최태랑 공동대표, 박동섭 집행위원장 등은 "당초 고도보존법을 제정할 때 고도의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실천의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가 미흡하고 재원 마련 방안도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고도보존법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 이춘근 사적명승국장은 "이번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법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중 관계부처 협의,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고도 보존특별법이란?

경주·부여·공주·익산 등을 고도로 지정해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 지정 지구 내에서 제한되는 사유권의 경우, 해당 토지나 건물에 대해 소유주는 그에 대한 매수를 당국에 청구할 수 있다. 청구가 합당할 경우 당국은 5년 안에 해당 토지나 건물을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구의 지정이 되지 않았고, 재원조달 방안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주민 불만이 크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