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린 EU '아 옛날이여'

입력 2006-12-13 10:19:53

빅뱅 2년만에 신.구 갈등 '시련'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수가 늘어나면서 의사결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신.구 회원국 간 이해가 상충되면서 회원국 하나가 다른 24개 회원국이 합의한 내용을 막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만해도 지난 10월 핀란드 라티에서 열린 EU와 러시아 간 정상회의에서 폴란드의 반대로 EU와 러시아 간 포괄적 경제협력 협상이 시작되지 못했다.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에 자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풀 것을 요구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에도 체코는 자국산 맥주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회원국들의 주류세 인상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터키의 EU 협상이 지난 9월부터 중단된 것도 키프로스의 거부권 때문이다. 결국 터키는 30년 대치해온 키프로스와의 반목의 역사에 발목잡혀 부분협상 중단이란 제재안에 직면하게 됐다.

회원국 하나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체 의사결정을 막아버리는 극단적인 국가이기주의가 위력을 떨치기 시작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구권 등 새 회원국 가입으로 EU 회원국이 기존 15개 국에서 25개 국으로 늘어난 빅뱅은 지난 2004년 5월에 발생했다.

빅뱅 첫해엔 신.구 회원국 간 갈등이 눈에 띄지 않다가 2년째 접어들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기존 회원국 사이에 정치적 협상을 이끌었던 비공식적인 편안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공식적인 딱딱한 분위기가 대체하고 있다"고 빅뱅 후 달라진 협상분위기를 설명한다.

한 외교관은 "협상과정이 갈수록 공식화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EU 25개 회원국 협의체인 이사회 회의를 예로 들면 각료 또는 협상 대표가 협상장에 들어가면 측근들과 무려 20개의 공식언어 통역사들에게 둘러싸여 거대한 직사각형 테이블에 앉은 협상파트너들을 쳐다보기조차 힘들다.

특히 유동적인 연정시스템 또는 포퓰리즘 등에 좌우되는 허약한 정부가 들어선 새 회원국이 비틀기 시작하면 그 협상결과는 정말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아직 기존회원국들이 격노할만큼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고 EU 소식통들은 말한다.

신.구 회원국 간 마찰에도 불구, EU 자체는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장기 예산 협상을 무사히 마무리했고, 올들어서도 서비스 시장 개방법규와 화학물질 규제법규 등 굵직한 법규에 대해 어렵사리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EU의 의사결정 방식은 단일 국가나 소수 회원국들이 다수의 의사를 방해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쪽으로,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면, 부결된 EU 헌법에 들어있는 가중 다수결제 등이 채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이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가세로 EU 회원국이 27개로 늘어난다.

또 독일이 의장국을 맡아 EU 헌법을 살리는데 묘안을 짜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헌법 부활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면 만장일치제로 비효율적인 EU의 현 의사결정 방식 역시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시킬 방안들이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 분명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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