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흥가로 변한 '칠곡군 석적읍'

입력 2006-12-11 09:06:44

조용한 시골서 '환락의 거리'로

"시골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완전히 별천지네요."

지난 7일 오후 대구에서 왔다는 김모(40)씨는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그 규모에 놀랐다."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경북 칠곡군 석적읍 중리 일대에는 유흥주점 50여개와 식당 400개가 밀집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불과 4년전만 해도 논밭이 흩어져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지만 '구미식 노래방'의 유명세를 타고 거대한 유흥가가 됐다. 2000년대 초반 구미시 형곡동 등의 퇴폐업소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진 후 유흥업소들이 구미시 경계와 불과 1km 떨어진 이곳으로 하나둘씩 옮겨와 자리를 잡았기 때문.

도로가에는 식당, 옷가게, 다방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유흥가는 남서쪽 일대에 널다랗게 펼쳐져 있었다. 오후 7시 휘황찬란한 네온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일대 거리는 흥청대기 시작한다. 앞 골목 식당가에서 식사를 했거나 술 마신 남자들이 시끌벅적하게 유흥주점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모든 음식점들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었고 거리에는 인파들로 북새통이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철우(42) 씨는 "식당에서 몇잔 마시고 주점으로 가는 손님들이 상당수"라면서 "주점에 딸린 웨이터, 아가씨들이 새벽에 퇴근하니까 밤새도록 문을 연다."고 했다.

7, 8일 이틀동안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업주 배모(32)씨는 "비오는 날에는 유흥업소에 손님이 줄기 마련인데 이 일대는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이곳에는 구미 공단 직원들 뿐만 아니라 인근 대구, 김천 등 외지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인근에 출장왔다가 찾아오기도 하고, 일본인들의 모습도 가끔 눈에 띈다. 한 유흥업소 업주는 "대구에서만 일주일에 평균 15팀 이상 찾아온다"며 "전화가 오면 차를 보낸다"고 했다.

40대 남성은 "대구에서 왔는데 아는 사람 만날 일이 없어 좋다."며 "회사 회식을 이곳에서 가끔씩 한다."고 했다. 더욱이 지난달말부터 행정당국이 노래방 도우미 단속에 나서면서부터 이곳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더욱 늘었다고 한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처음에는 퇴폐의 대명사인 '구미식 노래방'으로 떠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보통 유흥업소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업소에서 퇴폐행위가 벌어지곤 하지만 예전처럼 공공연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예전에 살던 주민들은 논밭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 농사를 짓거나 고향을 떠난 이들이 많다. 주민 김모(60) 씨는 "원래 살던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외지인이 몰려와 장사를 한다"며 "주민들이 돈은 좀 벌었지만 고향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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