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를 소재로 한 '비상'이라는 영화가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초 시민구단으로 출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출범한 첫 해에 K리그 준우승의 성과를 거두기까지 장외룡 감독과 선수들의 애환과 열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영화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명문 구단 레알 마드리드를 소재로 한 영화 '레알'이 6월 독일월드컵 무렵 개봉돼 인기를 끌었지만 '비상'은 주목받지 못한 구단을 소재로 한 점에서 '레알'과는 성격이 다른 영화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수원 삼성이나 FC서울, 울산 현대, 성남 일화와 같은 기업 구단이 시민 구단보다 넉넉한 재정 여건을 바탕으로 스타 선수들을 갖춘 데 비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선수들을 규합, 장 감독이 선수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력을 다져 돌풍을 일으켰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비해 2년 앞서 2003년 출범한 대구FC는 국내 프로축구 최초의 시민구단이다. 대구FC 선수들의 지명도를 따지면 인천보다 오히려 떨어진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소재로 한 영화가 예전 야구 영화인 '공포의 외인구단'을 빗대 일명 '공포의 외룡구단'이라고 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의 집합체인 대구FC는 인천보다 더 극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GM대우'라는 든든한 후원기업이라도 있지만 대구FC는 든든한 후원기업이 없어 스폰서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 축구단을 가진 대구시와 인천시는 여러모로 대비되고 있다. 대구는 국내 3대 도시로서 자존심을 지켜오다 오랜 경제 침체에 허덕이며 최근 그 자리를 인천에 넘겨줬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구에는 프로야구단인 삼성 라이온즈가 화려한 면면을 이어오고 있지만 인천에는 1980년대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적인 연패를 거듭하며 인천 시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도 했다. 수년전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이라는 소설이 나와 '패배자들을 위한 송가'로 바쳐지기도 했는데 그러한 대구와 인천의 위치가 최근에는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제 침체에 허덕이는 대구와 열악한 여건의 대구FC는 어쩌면 그리 비슷한지 모를 정도다. 그러나 대구FC는 2006시즌 후기리그 4위에 오르는 등 성과도 거뒀다. 최근 변병주 감독이 취임하고 팬 사인회도 갖는 등 시민과 팬들 속으로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대구FC는 내년 시즌에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활기찬 플레이를 펼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창대한 내일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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