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死刑制

입력 2006-12-02 10:44:43

이병주의 데뷔작 '소설 알렉산드리아'는 死刑(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3년을 복역하던 중 또 다른 범죄 사실이 밝혀져 다시 사형선고를 받고 絞首刑(교수형)을 당한 사상범을 다룬 소설이다. 1965년에 발표된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죄수는 "나는 이왕 당하게 되었으니 할 수 없지만 내 뒤엔 다시 이렇게 참혹한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다. 그 심경은 '참혹'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사형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아 왔다. '惡法(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의 후예라서 그런지 철학자 중엔 그 불가피성을 인정한 경우가 많았다. 로크'루소'칸트'헤겔 등이 그랬다. 반면 문인들은 달랐다. 소설 '백치'를 통해 도스토예프스키는 반대했다. 빅토르 위고도 '사형수 최후의 날'에서 '사형은 죄인의 머리 하나만 자르는 게 아니고 죄 없는 가족들의 머리까지 자른다'고 폐지를 역설했다.

◇사형수와 세 번이나 自殺(자살)을 기도한 여교수의 사랑을 그린 공지영의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뜨고 있다. 지난 9월 이 소설이 영화화돼 개봉되면서 더욱 강한 조명을 받아 지난해 4월 출간 이후 지금까지 73만 부가 팔리는가 하면, 지난 8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더구나 작가는 사형제 폐지의 인식을 확산시킨 공로로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의 언론상 특별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국제엠네스티 한국위원회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등 7개 단체 공동 주최로 명동성당 앞에서 열린 '生命(생명)의 빛' 행사에서도 공지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책 나눔 캠페인'에 참여했다. 천주교의 사형 폐지 기원 미사에 이은 이 캠페인은 피해자 유가족과 사형수들을 위한 기부금을 이달 한 달 간 모으게 되는 모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100개국이 훨씬 넘는 나라들이 사형제를 폐지했다. 이 제도는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나라도 20개국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모래시계'가 종영됐을 때 사형수인 주인공에 대한 동정 여론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60%에 이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必要惡(필요악)'으로 남아 있는 걸까. 아무튼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이 겨울에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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