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0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중국인 W씨(36·여)는 결혼 5개월 만에 집을 나갔다. 가족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W씨가 갑자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없어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는 것. W씨는 수소문끝에 전화통화를 한 경찰에게 "손짓, 발짓을 다 해도 의사소통이 안 돼 너무 힘들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판단해 집을 나갔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주부들의 가출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말 현재 가출신고된 외국인 주부는 66명으로, 지난 한해 동안 발생한 가출 신고 31건의 두 배, 지난 2004년 16건에 비해선 4배 이상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가출한 뒤 돌아온 경우는 올해 2명으로 지난해 5명, 2004년 6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경찰은 이들의 가출 이유에 대해 대부분 연고도, 아는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말도 통하지 않다보니 가정불화가 잦아져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결혼 2년차의 베트남 출신 L씨(23)는 "시댁에서 많이 도와주지만 말이 서투른데다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출산한 뒤 산후우울증도 찾아왔지만 속내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들은 "가정불화의 일차적인 원인은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만큼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준비 기간을 갖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오해가 쌓이고 사소한 것에도 서로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
최은숙 대구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실장은 "입국 후 적어도 1년 정도 한국 생활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고 같은 국가 출신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심리적 안정감도 찾을 수 있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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