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도 치르고" "6·25 규정 적절치 않아"

입력 2006-11-21 11:41:26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6'25를 內戰(내전)이라고 발언했다.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어제 동포 간담회에서 "우리가 옛날에는 식민 지배를 받고 내전도 치르고 시끄럽게 살아왔는데…"라고 말했다. 북한과 좌파 수정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매우 위험천만하고 유감스런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동국대 강정구 교수 역시 "6'25는 내전으로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기고문이 문제였다.

세상이 다 알다시피 6'25는 스탈린이 주도한 침략전쟁이라는 것이 소련 붕괴 이후 극비문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대다수 국민은 북한이 6'25를 민족해방을 위한 내전이라고 주장해도 잠꼬대 같은 소리로 치부하는 게 현실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대통령이 나라 바깥에 나가서 동족상잔의 南侵(남침)을 내전이라고 규정한 것은 무슨 뜻인가. 청와대는 큰 의미 없이 한 말이라고 하나 南北(남북) 갈등의 원인과 관련한 민감한 표현을 무심코 발설할 수는 없다. 평소 역사인식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재정 씨 같은 사람을 통일부 장관에 앉히려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청문회에서 "6'25는 남침인가 북침인가"하는 질문에 "여기서 규정해서 말씀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또 "북한의 인권유린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을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은 최근 '북한인권백서 2006'에서 공개처형을 대표적 인권유린 행위로 꼽았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6개 정치범 수용소에 15만 명이 갇혀 하루종일 강제노역을 하고 있다"고 어제 국회에 보고했다.

덮어놓고 북한을 두둔하는 게 한반도 평화를 위하는 길이라고 보는가. 국회 청문회에 비친 또 다른 외교안보라인에도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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