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이 달 중순에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가 50부작 드라마를 찍어 상주를 홍보해줄 테니 세트장 건립비용 60억 원을 부담하라고 제안해온 것.
이 업체는 "김치·장류 공장을 설립해 촬영지로 쓰고 실제로 생산해 판매도 하면 홍보가 잘 돼 김치를 상주지역 대표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 10년 내 2천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지자체로선 솔깃한 제안을 했다. 하지만 6년 전 세트장 건립에 3억 원을 지원했다가 수익은 고사하고 관리비만 물고 있는 상주시로선 판단하기가 어렵기만 하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 세트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아니면 독이 든 사과에 불과할까?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불어닥친 세트장 건립사업을 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갈등하고 있다.
전남 완도나 경남 합천처럼 50여억 원을 들인 세트장에서 1천120억~120억 원의 직간접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수익은 커녕 관리비만 삼킬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간 40만 명 수준에 머물던 문경 관광객 수를 2년 만에 5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문경새재 내 '태조 왕건' 세트장. 그러나 올해 10월 현재 관광객은 80만 명으로 2001년 촬영 당시 224만 명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상주시가 3억 원을 들여 건립한 '상도' 보조세트장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침수돼 수리·복구비로 1억 8천여만 원을 쏟아부은 것을 비롯해 해마다 관리비를 들이고 있지만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다.
안동시 '태조 왕건' 보조세트장과 울진군 '폭풍 속으로' 세트장도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다른 시·도도 비슷한 상황. 42억 원을 들여 '야인시대' 세트장을 유치했던 경기 부천시 경우 당초 약속됐던 부지 임대료는 전혀 받지 못한 채 지금도 매년 10억 원가량의 유지비용을 퍼붓고 있다.
전북 부안군 역시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 유치에 50억 원을 투입했지만 관광객 유치는 기대만큼 안됐다.
그러나 드라마 '해신' 세트장이 있는 전남 완도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서울 1945' 세트장이 있는 경남 합천군은 관광객 유치에 성공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1월 현재 120억 원의 경제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 합천군의 세트장 담당 조봉흠 씨는 "지역 브랜드 가치 제고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너도나도 혈세를 들이부어 세트장을 짓지만 '반짝 특수' 이후에는 돈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촬영작품의 성공 여부는 물론 촬영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활용방안과 관광객 눈길을 끌 차별화방안을 갖고 세트장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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