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입시자료 '봇물'…판단은 어떻게?

입력 2006-11-18 09:25:52

수능시험이 끝나고 하루가 지나자 고교와 입시기관들의 자료가 조금씩 발표되고 있다. 입시 전략 수립에 쓰일 자료라고는 자신의 영역별 원점수밖에 없는 수험생들로서는 솔깃한 것들이다. 그러나 모든 자료들이 수험생들의 자기채점을 근거로 한 추정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원점수 기준이기 때문에 다음달 13일 나오는 표준점수로 환산한 수능 성적표와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모든 자료를 참고용으로 여기고, 가급적이면 신뢰도 높은 기관에서 보다 많은 수험생들의 자기채점 자료를 근거로 만든 자료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 지역 수험생 점수와 비교

대구진학지도협의회가 18일 발표한 자료는 대구의 일반계고 수험생 2만여 명의 자기채점 자료를 모아 만든 것이므로 대단히 믿을 만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구·경북권 대학에 지원할 생각을 갖고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어느 입시기관이 발표한 자료보다 신뢰도가 높으므로 이를 근거로 입시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언어영역은 지난해보다 평균점이 6점 떨어져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고 9월 모의평가와 비슷했다는 수험생들의 발표와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우 언어영역이 너무 쉬워 상대적으로 언어에 강한 여학생들이 다소 손해를 봤지만 올해는 예년 경향을 되찾을 전망이다. 그러나 언어영역은 표준점수로 환산할 경우 특성상 수리나 외국어보다 낮기 때문에 점수가 조금 나쁘다고 해도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수리영역에서 가형과 나형 모두 평균점수가 5점, 9점 올랐다는 점은 대구 수험생들의 특성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대구의 경우 전통적으로 자연계열에서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리 가형 점수가 2, 3점 떨어졌다는 추정과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수리영역에서는 전국 수험생의 가형 점수가 떨어지고 나형 점수가 올라갔으므로 가, 나형의 표준점수 차이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리 가, 나형의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대학들이 가산점이나 감산점을 부여하는 점을 고려하면 나형에 응시한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수능 원점수와 비교한 조견표에 나타나는 특징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구 인문계열 수험생의 경우 전체적으로 원점수가 상승한 가운데 300~350점 사이에서 가장 큰 폭의 점수 상승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중·상위권에서 혼전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자연계열은 330점대 이상 상위권의 경우 2, 3점 떨어졌지만 그 이하로는 비슷하거나 소폭 오른 점도 주목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점수대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한 뒤 지난해 입시결과와 올해 지원가능점 등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

◆ 지원기준표로 본 입시 전략

지원기준표 혹은 배치기준표로 불리는 이른바 '잣대'는 수험생들을 한 줄로 세우고 대학을 서열화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원 대학 선택의 기준이 전무한 수험생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단, 수능 성적 발표 전에 나오는 기관들의 잣대는 원점수를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자신의 지원 대학을 선택하되 지원의 범위를 보다 넓혀 판단하는 것이 좋다.

18일 대구 송원학원이 발표한 주요 학과 지원가능점은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등 전국 수험생 5만여 명의 자기채점 결과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여타 기관에 비해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수험생들은 대구진학지도협의회의 점수 비교표와 누적도수분포표 등을 통해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한 뒤 배치기준표상의 점수와 비교해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표준점수로 환산했을 경우의 차이를 감안해 10~20점 아래 위에 포함된 대학으로 범위를 넓혀 지원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후 대학별 수능 반영 영역과 방법, 비율, 가중치 등을 파악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곳을 찾아야 한다. 수능을 기준으로 판단한 범위에서 학생부 성적, 대학별 고사 등의 전형 요소를 고려해 지원 가능 대학을 결정한 뒤 전형을 준비하면 된다.

◆ 점수대별 지원 전략

수능 성적 4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인문 375점, 자연 360점 이상의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다양한 전형 요소를 고려하되 논술, 구술·면접고사와 같은 변수를 감안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이 점수대에서는 정시 가군과 나군에 주요 대학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복수지원 기회가 사실상 2번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인문 315점, 자연 305점 이상의 중·상위권 점수대는 올해 입시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3개 모집군 가운데 한 곳 정도는 합격할 수 있는 곳으로 결정하고, 나머지는 소신 지원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올해는 현행 제도의 마지막 입시이기 때문에 안전지원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위권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에 맞춰 지원하면 대부분 추가 합격이라도 무난히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 장기적으로 진로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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