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대 창조도시] (5)전문가 좌담

입력 2006-11-15 07:56:10

선진국은 미래 사회를 국가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대 도시 간의 경쟁으로 보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것. 그래서 거점 도시들은 도시를 혁신시키기 위해 산업클러스터를 만들어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창조도시 연수를 통한 혁신 클러스터 전략 방안 마련'을 위해 미국 창조도시 연수팀(주최:국가균형발전위원회 및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주관:한국산업기술재단)은 랄리(노스캐롤라이나주), 리치몬드(버지니아주), 피츠버그(펜실베니아주), 앤아버(미시건주) 등 미국 4대 창조도시를 둘러봤다.

국내 혁신전문가로 인정받는 팀원들은 현지에서 2차례의 워크숍을 갖고 연수 결과를 국내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사회는 연수팀 단장인 박광서 전남대 교수가 맡았다.

▶사회=창조도시 클러스터 성공비결을 어떻게 우리 과제로 연결시킬 것인가? 대학이 미국 지역사회의 구심점이자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데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토론해 보자.

▶양균의 전북대 자동차부품기술혁신센터소장=우리의 경우 테크노파크가 퇴직 공무원 자리 만들어주는 정도로 인식돼 있다. 창업희망 기업에 대해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미국 테크노파크의 창업보육센터는 극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제대로 꾸려가고 기업에도 필요한 지원을 하더라.

미국 클러스터도 정착하기까지 분명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무엇이고 각 기관 간의 주도권 다툼이나 갈등은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수박겉핥기 식의 단기 연수보다 정부나 관계기관, 대학이 공동주관하는 장기연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매뉴얼을 만들자.

▶김우승 한양대 교수=미국은 기업이 대학과 교육환경 개선에 수익의 대부분을 투자하는데 우리는 기업이 대학에 해주는 것이 거의 없다. 학생들을 키워놓으면 데려가는 정도에 그친다. 전경련 같은 데서 펀드를 만들어 대학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대학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백화점이 아닌 전문매장 형식으로 가야 대학이 지역사회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도 지원을 할 때 '나눠주기식'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병일 순천대 교수=최대 부국인 미국도 외자유치를 많이 하는데 우리는 아직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대학·기업이 힘을 합쳐야 하고 특히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지자체는 대학을 자꾸 종속 개념으로 생각하면서 산·학·관 협력을 하려 하는데 태도를 바꿔야 한다.

▶손승광 동신대 교수=미국의 '스마트존'이나 'RTP'처럼 우리도 지역별로 특화한 클러스터 브랜드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오는 것처럼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우리의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대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미국 창조도시들을 보면서 대학의 역할이 너무 막중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또 대기업이 지역 발전에 필수적인만큼 대기업이 지역으로 이전하면 학교 설립권과 선발권을 부여하는 등 교육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해서 지방으로 올 수 있는 유인책을 국가 차원에서 개발해야 한다.

▶임기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혁신의 주체는 기업이 되고, 지자체와 대학은 이를 지원하는 개념이 바람직하다. 대덕연구단지는 실패한 모델인데 각 지자체들은 모두 대덕식으로 가려고 한다. 미국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야 한다. 미국은 대학이 주도해서 기업에 넘기면 그게 바로 상품화할 수 있는 구조지만 우리는 기업 역량이 약하기 때문에 기업이 혁신 역량의 중심에 서야 한다. 기업도 프로스포츠처럼 연고지에 가서 클러스터를 만들도록 정부가 독려해야 한다.

▶김도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총괄과장=정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지역 내부에서 위기의식을 느껴서 뭔가를 하자는 컨센서스를 이뤄내야 한다. 미국 RTP나 버바이오파크도 마찬가지 아니냐? 우리나라의 창업지원센터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은 마케팅까지 지원하지 못한 것 때문이다.

▶정차근 호서대 교수=대학이 주도해야 하지만 대학만 갖고 안되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모델을 제시해 대학에 내놓고 대학도 이를 특성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이강건 도시계획전문가(삼안 부사장)=도시 발전 과정에서 우리는 관이 주도하는 하향식 접근법(탑다운 어프로치)을 쓰지만 미국은 상향식 접근법을 쓰는 점이 차이점이다. 기업·주민·지자체가 밑에서부터 지역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려면 기업 환경 즉,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또 기업에 싼 토지를 제공하고 물가를 안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도시를 재생시킨 피츠버그 문화 트러스트 운동은 연구 가치가 크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임광규기자 kkang5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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