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대구사진비엔날레'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고 막을 내렸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눈을 통해 아시아인의 삶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만난다'는 취지로 열린 이번 비엔날레는 "관객이 1만여명이면 만족"이라는 당초 예상을 완전히 깨고 6만여명의 관람객을 불러들이면서 '사진의 메카' 대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앞으로 예산과 홍보의 확대 그리고 전시공간 확충 등이 이루어진다면 국제사진축제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당시 전시장을 둘러본 한 비평가가 "'사진'은 대구가 선점한 것 같다"고 한 말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랬던 것처럼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에 비해 대구사진비엔날레에 더 큰 장래성을 읽은 것이다.
여러가지로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대구사진비엔날레 첫 행사가 이렇게 성공리에 끝난 것은 사진에 관한 대구의 역사와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대구는 우리나라 사진의 발상지 중 하나였다. 일찍이 '행정수도는 서울, 사진수도는 대구'라고 자부할 만큼 '사진의 명문도시'로서의 터전을 닦아온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향토인이 우선 일제 때 우리 사진계의 선구자로 꼽혔던 최계복 선생이다. 그리고 한강 이남의 최초 국전 초대작가로 1960년대 대구에서 예술학원을 경영하며 사진 중흥에 애쓰던 안월산 선생도 빼놓을 수 없다.
또 경북대의 한 교수는 사진에 대한 이론적 학문적 기틀을 마련하며 대구가 대학(원)의 사진 관련 학과가 가장 많은 도시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 어느 도시든 국제적인 행사와 축제의 성공 이면에는 이렇게 도시가 지닌 역사적 인프라가 뒷받침되고 있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에 대한 공감대 속에 지역민이 함께 호흡할 때 '소통과 열림'이라는 축제의 진정한 의미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가면무도회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카니발과 프랑스 북부 해안의 덩케르크 카니발, 스코틀랜드 왕국의 숨결이 살아있는 에딘버러 페스티벌, 라인강 유역의 문화적 전통성이 스며있는 독일의 라인 카니발 등 유럽의 유명 축제는 모두가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의 산물이다.
며칠전 지역대학의 여러 문화·예술 전공 교수들과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구동성으로 내놓은 얘기가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문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가 쉬워야 하고, 신명나는 놀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날의 무질서와 난장판 속에서 마음의 벽이 무너지고 화합의 계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규격화된 삶에서의 해방감과 자유로움이 있어야 콘크리트 건물 더미에 억눌려 살던 도시민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계층간 세대간 화합과 통합도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축제는 붐벼야 한다. 더구나 대구처럼 보수성이 강하고 배타적인 사회일수록 수많은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한바탕 잔치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달 막을 내린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로 상징되는 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을 호평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러나 진정한 컬러풀 축제는 세대를 초월한 엔터테인먼트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대안의 하나로 대규모의 '가장행렬'을 한번 제안해 본다. 도심의 간선도로를 통채로 비워놓고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어우러져 걷는 것이다. 어떤 옷을 입고 무슨 치장을 해도 좋다. 어떤 몸짓을 해도 좋다.
이때 삼국통일을 주도했던 신라의 화랑과 공산전투에 참가했던 고려의 기마병 행진과 경상감사의 부임행차가 행렬을 선도하면 더 좋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의 의병진과 구한말 기미 독립만세 시위대와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국군부대와 검은 교복 차림의 2.28 학생 시위대도 뒤따르면 좋겠다.
이날은 대구 막걸리를 반값에 공급하고, 가족 단위의 참가자에게는 연말소득공제 혜택도 부여하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다른 부대행사도 저절로 흥행이 될 것이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축제로는 한계가 있다. 이벤트화되고 상업화된 일회성 축제로는 지역민의 진정한 화합을 이끌어낼 수 없다.
'컬러풀 페스티벌'이란 정녕 이런 것이 아닐까? 모든 시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대구의 역사성에 근거한 개성있는 축제. 대구의 정체성 재정립과 국제화의 가능성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아가 경제적인 이득도 얻고 외지(국)인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조향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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