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봉하마을 취재차 경남지역을 방문했다가 대구와는 전혀 다른 지역의 분위기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없었다. 맥이 빠진 대구의 도시분위기와는 달리 김해는 활기에 넘쳤다.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조건이 이렇게 도시의 모습을 다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륙의 한 가운데 위치한 대구. 아무런 방책없이 이대로 주저앉기만 해야할 것인가? 대구의 섬유업계에서는 알아주는 CEO, 김진섭 회장을 만나 지역경제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국민소득 1만 5천 달러까지는 백화점이 소비를 주도하지만 소득이 더 높아지면 쇼핑 패턴은 달라집니다. 가까운 일본을 봐도 그렇습니다. 백화점은 중'노년층이 주로 갈 뿐 젊은이들은 스트리트형 매장을 선호합니다."
패션 아울렛 퀸스로드 김진섭(50) 회장은 조만간 국내 유통시장도 적잖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퀸스로드는 다른 아울렛과는 달리 유럽형 쇼핑거리로 꾸며놨다. 기존 아울렛들이 백화점처럼 건물 내에 모든 브랜드를 모아둔 형태라면, 퀸스로드는 오히려 대구 중구 동성로 패션거리와 훨씬 닮았다. 넉넉한 공간을 활용해 브랜드마다 고유의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반면, 날씨와 상관없이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백화점식 쇼핑몰의 특징은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쾌적함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저 춥거나 더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즐긴다는 것은 옛말이죠. 먼지와 오염된 공기로 가득한 복합매장보다는 공원을 바로 옆에 두고 신선한 공기를 즐기는 쇼핑거리가 훨씬 매력적입니다. "
김 회장은 단순히 옷을 파는 일 뿐 아니라 옷을 만드는 일도 한다. 지역의 대표적 직물업체인 성화직물 CEO. 헤지스, 빈폴, 스파소, 닥스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브랜드에 제품 소재를 공급한다. 하지만 주문받은 그대로 천을 만들어 납품하는 예전 방식과는 다르다. 성화직물에는 전문 디자이너도 있고, 최신 해외정보를 발빠르게 수집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올해 유행할 옷감은 어떤 소재에, 어떤 디자인이 될 지 성화직물이 브랜드측에 제안합니다. 연중 수시로 밀라노와 파리에 출장을 갑니다. 한발 앞서 유행을 감지하기 위해서죠. 브랜드들도 성화직물의 유행 감각은 한수 접어줍니다."
김 회장은 대구 섬유산업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아무런 희망도 제시하지 못했던 '밀라노 프로젝트', 동네 브랜드로 전락해버린 '쉬메릭', 명색이 섬유도시라면서 내로라할 '패션 브랜드' 하나 없는 대구. 김 회장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완성차 업체 하나가 1차 밴드, 2차 밴드 등 부품산업을 주도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제대로 된 브랜드 하나를 키운다면 관련 산업은 저절로 성장의 길을 찾게 됩니다. 과거처럼 나눠주기식 정부 지원은 오히려 섬유산업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누구나 문제 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제 밥 그릇을 챙기느라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과감히 바꿔야지요."
그는 대구의 경제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돔 야구장 건립 문제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대구가 살아남으려면 사람들이 모일만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 첫번째 관건"이라고 했다. 그 방책 중 하나가 돔 야구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하지만 돔구장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돔 야구장을 중심으로 잠을 자고, 먹고, 쇼핑을 할 수 있는 모든 소비처가 한데 연결돼야 합니다.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못 진지한 대화에 빠져있는 사이 음식은 온기를 잃었다. "음식 남기면 욕 먹습니다. 반찬은 다 못 먹더라도 메인메뉴는 먹어야죠."라는 김 회장의 말에 숟가락을 들며 이야기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 해솔뫼
대구 서구 내당동 대구호텔 옆 옛 배박사냉면집 자리에 있다. 주메뉴는 곰탕. 사골을 푹 고아 만들어 국물이 담백하고 색깔도 뽀얗다. 주재료는 사골이지만 소꼬리, 우족 등도 첨가하기 때문에 깊은 맛이 있다. 가격은 꼬리곰탕 1만 1천 원, 사골진곰탕 7천 원. 사이드 메뉴로 준비된 갈비살은 경북 예천의 풍양축산에서 공급받은 신선한 한우로 준비했다. 삼겹살도 별미다. 제주산 토종 흑돼지를 황토숯불가마에 초벌했으며, 양념을 씻어낸 묵은김치에 싸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와인도 준비해 두었다. 문의 053)551-3000.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작성일: 2006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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