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저도 언젠가 겪게 될 일이죠. 하지만 장례식장 주위에서 사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아십니까? 아침마다 보이는 영구차에서 상주와 조문객들의 흐느끼는 소리···. 집만 팔린다면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주거지역 내에 있는 병원들이 수익을 이유로 장례식장을 만들면서 주민들이 생활불편은 물론 집 값 하락 등큰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해법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곡소리에 힘든 주민들=10년 동안 대구 북구 복현동에서 '숙박업'을 했던 정품진(55) 씨는 지난 7월 폐업신고를 했다. 올 초 몇 m 앞에 있는 병원에서 장례식장을 만들었기 때문. 장례식장과 여관 주차장 입구가 마주보게 되자 손님이 뚝 끊겼다. 10년 동안 세를 놓았던 유흥주점도 문을 닫았다.
"이 건물이 팔리겠습니까? 1층(90평) 세를 내놓은 지 4개월 쨉니다.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이 장례식장에서 불과 3, 4m 떨어진 곳에 있는 ㅇ빌라. 201호에 살고 있는 오영규(56) 씨는 "벽 하나 있을 뿐이지 우리집을 향해 곡소리를 내는 것과 똑같고 심지어 향내까지 올라 올 정도"라고 말했다. 주민 이화규(46) 씨는 "피해가 심각해 병원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며 "주택지를 상업지구로 묶은 행정당국도, 그 한복판에 장례식장을 연 병원도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영구차가 드나드는 중구의 한 대학병원 주변. 이옥자(75·여) 씨는 "손자, 손녀들이 '귀신 봤다'며 놀라 뛰어오고 영구차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는데 교육상 분명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집값 떨어진다는 아우성=25일 오후 2시쯤 동구 효목동의 한 병원 인근. 장례식장 주차장과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주택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64)는 "담배를 문 상주, 상객들이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고 울고···이제 이골이 났다."며 "제값 못 받을까봐 집 내놓을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49·택시기사) 씨는 "상(喪)이 난 날이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거리는 아수라장"이라며 "세를 놓은 지가 벌써 몇 개월 짼 데 집 보러 오는 사람 하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값이 많이 떨어졌을까? 부동산 관계자들은 '장례식장=혐오시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매물이 나와도 새 주인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이덕형 D공인중개사 대표는 "4년 전 40평 규모를 1억~1억1천만 원에 내놓았는데 아직 팔리지 않았다."며 "통곡소리 옆에서 누가 살려고 하겠습니까. 장례식장과 집값 하락은 분명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 그러나 병원 장례식장 막을 수 없어=장례식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주민 불편이 크지만 주거지구 및 도시미관 지구에 들어서 있는 병원들이 장례식 영업을 해도 막을 수 없게 됐기 때문. 실제로 지난 5월까지는 건축법에 따라 이들 장례식장이 불법이어서 1년에 2번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개정된 법에서는 이 부분이 삭제돼 민원이 제기돼도 제재를 할 수 없게 됐다. 행정당국이 불법영업을 방치하는 꼴인 셈이다. 한 구청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병원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의 경우 건축법상 의료시설로 분류돼 용도변경 없이 겸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병원 관계자는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얘기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의 한 예"라며 " 상업지구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며 주민들과의 마찰도 줄여가고 있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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