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사자가 얼마나 귀엽고 영리한지, 사람들을 신기한 듯 따라다니고 장난도 치지요. 그런 바다사자들 수만 마리가 독도에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리네요. 독도가 10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의 바다사자 서식지였는데 말이죠."
전유형 TBC PD는 최근 촬영한 '독도의 바다사자'의 후반작업을 마치며 민족적 감상에 젖어들었다. 독도에서 일본인이 포획한 세계 최대급 바다사자 '리앙쿠르 대왕'의 박제에서 발견한 세 발의 총알 흔적. 일본의 한 박물관에 보관된 그 바다사자의 운명이 마치 약소국의 비애를 보여주는 듯 해서다.
1부 '리앙쿠르대왕의 비극'(27일 오후11시), 2부 '바다사자는 부활하는가'(11월3일 오후 11시)로 나뉘어 방송될 두 편의 기획물에서 전 PD가 보여주는 것은 독도가 바다사자 최대의 서식지였다는 것. 일본인 나가타 요시히사가 1940년 6월 촬영한 독도 및 독도 바다사자 8mm영상을 입수, 국내 방송사 최초로 공개한다.
그 영상에는 수백마리의 바다사자가 독도 주변 바위에서 노닐고 있는 장면과 일본인들이 바다사자를 무자비하게 포획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그런데 왜 독도 바다사자에 대해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걸까. "선조들이 강치·가제 등으로 불렀기 때문에 그 동물이 바다사자인지 확인되지 않았죠."
전 PD가 밝혀낸 것은 그 '가제'가 바로 바다사자라는 사실. 독도의 한 동굴엔 짐승의 뼈가 가득하다. DNA 분석 결과 그것은 바다사자의 뼈라는 것이 확인됐다. 일본인들이 바다사자의 가죽과 기름을 고가에 판매하고 뼈와 고기를 독도에 버려 생긴 뼈무더기다.
전 PD가 바다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환경부 독도 바다사자 복원 계획을 발표' 신문 기사를
읽고나서다. "독도에 바다사자가 있었다니, 깜짝 놀랐죠. 막상 취재를 시작했지만 국내엔 전문가조차 거의 없어 실체를 찾아내기 힘들었어요."
그때부터 국내외 자료를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한 일본인에 주목했다. 일본 어부 나카이 요사부로. 그는 1903년 독도에서 바다사자를 발견하고 포획을 시작, 1904년부터 1911년까지 약 1만4천마리나 잡아들인다. 이것은 일본 정부에 '독도 영토편입 및 임대청원'을 내면서 바다사자의 독점어업권을 갖게 되고, 이것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근거인 '시네마현 고시 40호'의 근거가 된다. 바다사자의 슬픈 운명이 결국 지금 독도의 영유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
그는 직접 독도 바다사자 조업을 했던 일본인 어부 요시야마 타카시(95)를 만나 어렵게 진술을 들었다. "무엇보다 바다사자를 잡는 과정이 너무 잔혹했어요. 그물을 쳐 새끼가 걸리면 그 울음소리를 듣고 암컷들이 몰려와 울고, 또 그 암컷의 울음소리를 듣고 수컷들이 몰려옵니다. 그러면 가죽이 제일 좋은 수컷을 총으로 쏘면 끝나죠. 암컷과 새끼는 망치 등으로 때려서 잡고요."
전 PD는 이제부터라도 독도 바다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족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독도 영유권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는 것. "말레이시아 시파단섬의 경우, 인도네시아와의 영토분쟁 끝에 2002년 사법재판소로부터 말레이시아 영토로 인정받게 됐어요. 말레이시아는 시파단섬의 거북이를 보호하는 법령을 제정해 시행해온 것이 실효적 점유 차원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독도의 바다사자도 복원 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죠."
그는 바다사자가 멸종됐다고 믿지 않는다. 어느 절벽 바위틈에서라도 끈질긴 생을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 근거로 지난해 '가제'를 봤다는 울릉도 어민의 목격담도 담았다. 만약 멸종됐다면 가장 유사한 개체인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프로그램 안에 구체적인 내용까지 모두 담았다.
"바다사자 뿐만이 아니라 호랑이·늑대·여우 등 우리나라의 수많은 동물들이 일본에 의해 멸종되다시피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독도의 바다사자가 국민들의 관심을 받아 복원되고 보호됐으면 합니다. 그게 우리 독도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지요.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독도에서 바다사자가 발견됐다는 기쁜 소식을 기다립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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