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도 여성이 6년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인도 동북부에 있는 마니푸르주(州) 출신의 이롬 샤르밀라(34)가 '인권유린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00년 말. 보안군이 한 버스 정류장에서 총기를 난사, 10명의 청년들이 현장에서 즉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샤르밀라가 요구하는 것은 '무장군인특권법(AFSPA)' 철폐.
이 법은 보안군에 반군 용의자를 현장에서 사살할 수 있도록 사실상 무제한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동북부 7개주와 파키스탄과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만 적용된다.
샤르밀라는 단식투쟁에 돌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체포됐다. 혐의는 자살미수죄.
경찰은 이 때부터 샤르밀라를 마니푸르의 주도인 임팔에 있는 국영 병원에 입원시킨 뒤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하루 5차례씩 강제로 주입시켜왔다. 사복 차림의 여성 보안군에 의해 24시간 감시당하는 그녀에겐 가족과의 면회도 일절 금지됐다.
자살미수죄의 경우 형량이 최고 1년이다. 그래서 샤르밀라는 매년 하루씩은 자유의 몸이 되지만 다음날 다시 경찰에 연행되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을 중단할 수 없다는 고집 때문이었다.
이렇게 6년을 살아온 샤르밀라가 지난 4일 '투쟁본부'를 뉴델리에 있는 라즈가트로 옮겼다.
하룻 동안의 자유를 위해 풀려난 날 동료 운동가들이 임팔 공항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그녀를 뉴델리행 비행기에 태우는데 성공한 것.
라즈가트는 영국 식민통치에 항거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단식투쟁을 적극 활용했던 마하트마 간디가 화장됐던 자리에 세워진 기념관이다.
야윈 모습의 샤르밀라는 7일 기자들에게 "내 의지가 관철되지 못한 상태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마하트마(위대한 영혼)의 축복이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는 나의 평화적인 투쟁을 탄압하는 등 간디의 가르침을 배반했지만 나는 그의 전통과 이념을 따를 것"이라며 "남들은 희생이라 하겠지만 내게는 단지 의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2천400㎞ 떨어져 미얀마와 접경하고 있는 마니푸르의 인구는 200만명이 조금 넘는다. 주민들의 대부분은 티베트나 미얀마와 같은 몽골계로 인도의 주류세력인 아리안족의 멸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도 경제성장의 혜택이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지난 1960년대에 분리주의 무장투쟁이 시작돼 지금까지 2만여명이 사망했다.
현지 주민들과 인권단체는 무장군인특권법이 보안군에게 무차별적인 살인과 고문, 강간에 관한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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