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푸짐…전국 유명세 '안동 토속음식'

입력 2006-10-04 07:08:27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추석연휴 끝인 8일까지 안동에서 열리는 탈춤축제는 문화관광부가 5년 연속 '최우수문화축제'로 선정할 만큼 볼거리가 많다. 그래서 안동은 한가위 차례를 지내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녀와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만한 곳이다. 하지만 아무리 볼거리가 풍년이라지만 안동에서 축제만 즐길 수 없다. 안동엔 이름만으로도 전국적 유명세를 치르는 토속음식들이 많기 때문이다.

▶구시장 찜닭골목

안동시내에 자리잡은 구시장. 해가 질 무렵이면 현대화된 시장 골목이 붐비기 시작한다. 안동 토박이들도 많지만 절반 정도는 외지 손님들이다.

안동 구시장 찜닭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2층부터 시작해 '구시장 찜닭협회' 소속 17곳의 식당들이 찜닭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5곳에서 출발해 명성을 타고 하나둘 식당이 늘어난 결과다.

안동찜닭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이 골목의 대표메뉴인 찜닭은 다른 지방과 출발부터 특별나게 다르다. 오늘날의 안동찜닭을 있게 한 1등공신은 학생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사주점 형태로 닭집을 운영해왔다. 돈이 귀한 학생들이다 보니 자연히 양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각종 야채에 당면까지 넣어 닭요리를 해주게 됐다. 요즘의 안동찜닭 만드는 과정을 봐도 그렇다. 조각을 낸 닭에다 당면과 양배추, 파, 시금치, 당근, 감자 등 야채를 듬뿍 넣어 간장소스에 졸여 낸다. 역시 양을 불리는 당면이 중요한 재료다. 적은 비용으로 여러사람이 정담을 나누기 좋다. 어른 4~5명이라도 찜닭 한 마리를 먹은 후 밥을 볶아먹으면 든든하다.

안동찜닭 종손의 남현섭(구시장 찜닭협회장) 씨는 "횟집에선 젓가락을 세워야 하지만 찜닭 집에선 젓가락을 눕혀야 한다."고 찜닭먹는 요령을 일러준다. 당면을 먼저 먹어야 국물이 남아있고 여기다 밥도 비벼먹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느끼한 맛을 감추기위해 청양고추도 넣는다. 그래서 매콤하면서도 달콤하다. 찜닭 1마리에 1만8천원선. 종손찜닭(054-855-9457)처럼 당면 대신 북어를 넣은 옛날찜닭과 어르신들을 위한 보양찜닭 등 집집마다 특색있는 찜닭을 내기도 한다.

▶안동역 앞 갈비골목

안동역 건너편 갈비골목은 옛날 누에고치 공장터였다. 이 골목에 가면 지금은 한우갈비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곳의 주메뉴는 생갈비. 주인이 가게 앞에서 갈비에서 고기를 직접 뜨면서 생갈비임을 증명해준다. 숯불에 석쇠로 바로 구워 고기의 연한 육질과 함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한우 값에 따라 가격변동이 있지만 1인분 1만7천원 가량. 갈비는 세 대를 준다.

2명이라면 2인분을 시켜먹고 난 후 밥과 된장찌개를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 우거지 된장찌개도 아무 곳에서나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이다. 찌개에도 갈비를 많이 넣는다. 차라리 생갈비를 먹지 않고 된장찌개만 먹으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다. 생갈비를 먹다가 가족 생각이 나서 고기를 사가는 경우도 많다.

▶안동댐 주변 식당가

안동댐 아래쪽 월영교 맞은편에도 안동의 토속음식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헛제사밥과 안동간고등어 정식. 이들 역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안동 헛제사밥은 제사를 지낸 후 제사음식으로 비빔밥을 해먹던 이 지방의 풍습에 따라 생겨난 음식이다. 선비들이 제사상 차림을 가르치고 난 뒤 먹던 교육용 제사음식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이곳의 헛제사밥 까치구멍집(054-821-1056)은 헛제사밥을 주메뉴로 20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 큼직한 놋대접에 제사상에 올렸던 6가지의 나물들을 낸다. 두개의 제기에 전과 생선포를 얹어 내오는 것도 특징. 간도 하나같이 깨소금과 들기름으로 했다. 탕국도 토속적이고 담백하며 안동식혜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헛제사밥 1인분 6천원. 양반상 1인분 1만원.

옆집의 안동간고등어 양반밥상(054-855-9900)에선 안동지방 특유의 염장비법으로 간을 맞춘 안동간고등어를 숯불에 구워 낸다. 구이 외에 간고등어 조림과 양념도 있다. 그래도 고등어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음식은 구이다. 타지않게 뜨거운 불로 빨리 구워낸다. 그래야 고등어 속살의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다.

구이 6천원, 조림 7천원, 양념 8천원, 양반밥상 1세트 1만1천원.

식당 건너편 월영교는 길이 387m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목책교다. 안동 토속음식을 맛보고 난 뒤 월영교 위 팔각정에 앉아 안동댐의 풍광을 즐겨도 괜찮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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